[정책의 맥] 한국 미래 100년, 과학기술에 달렸다
오는 4월은 과학의 달이다. 정부가 과학기술 진흥에 나선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만큼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일궈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데엔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

196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이 농업이나 수공업에 종사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고작 8700만달러로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약 235억원에 불과했고, 산업 연구는 전무했다. 그러던 한국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미국의 원조를 받아 1966년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정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에서 돌아온 과학자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공업화의 불을 댕겼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부터 보릿고개를 잊게 한 통일벼, 조선과 기계공업을 일으킨 포스코,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높인 D램 반도체, 우주강국의 꿈을 쏘아올린 나로호까지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켜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갖추게 된 것도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투자 덕이다.

그 옛날 동네마다 한두 대 정도밖에 없던 흑백TV 앞에서 채널 조종수 역할을 하던 어린아이가 어느덧 희끗해진 머리로 어린 손자와 함께 우주발사체와 위성 개발을 세계에 알린 나로호의 발사를 스마트TV로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다. 짧은 기간 많은 발전을 가져온 과학기술이 앞으로 50년, 나아가 100년 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켜 놓을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단순 작업이나 가능하다고 여기던 기계가 AI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건 작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과학기술은 ‘지능정보사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부응해 미래 100년의 희망을 일궈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등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한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K-ICT 전략’을 수립하고 소프트웨어(SW)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정보보안, 5G 이동통신, 초고화질(UHD), 스마트 디바이스, 디지털 콘텐츠, 빅데이터 등 9개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육성·지원에 들어갔다. 올해는 급부상한 AI로 대변되는 ‘지능정보기술’을 추가해 지능기반의 ICT 산업육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를 위해 19대 분야별 핵심사업을 선정하고, 올해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이 직접 과학을 체험하고 과학으로 소통하면서 과학기술을 딱딱한 학습이 아닌, 놀이이자 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과학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문화제와 과학커뮤니케이터 경진대회인 ‘패임랩코리아’와 같은 국민 참여 행사는 물론, 전국 각지의 과학관 등에서 다양한 영역의 과학기술을 체험해 볼 각종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우리가 과학기술 50년을 축하하며 그간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처럼, 100년 뒤 우리 자손들도 그간의 성과를 나눌 수 있기를 꿈꿔 본다.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희망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