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외부감사 법률 개정안, 규제개혁委 심사단계서 대폭 후퇴

루이뷔통 같은 외국계 기업과 종교·복지단체 등 비영리법인이 외부감사를 받고 투명하게 기업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내용으로 추진돼 온 법률 개정안이 원안에서 대폭 후퇴하게 됐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사한 뒤 수정할 내용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범위를 기존 주식회사에서 상법상 유한회사와 비영리법인,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유한회사는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주식회사와 거의 구별이 없어졌지만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명품업체 등 외국계 기업들이 관련 규제를 피하려고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명품업체 중 루이뷔통코리아, 샤넬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등이 유한회사다.

2014년 12월 구찌코리아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규제개혁위는 유한회사를 위부감사 대상으로 편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공시 의무까지 지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정을 주문했다.

유한회사의 폐쇄성을 고려했을 때 기업정보 공개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회계사는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으면 경영 상황이 어떤지 외부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공시를 철저히 하는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법안에는 회계처리 기준에 통일성이 없었던 비영리법인의 표준 회계처리 기준을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것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다른 부처의 규제와 중복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자산 총액 1조원 이상인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에 상장사와 비슷한 회계 규율을 적용하는 내용은 규제개혁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대형 비상장사들은 개인 공인회계사 3명이 모인 '감사반'의 감사만 받으면 됐지만, 새 개정안이 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상장법인과 똑같이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 기존 개정안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기업을 정하는 기준에 자산과 부채, 종업원 수 외에 매출액을 넣도록 했으나 규제개혁위가 "매출액을 단독 기준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결정해 이 조항의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고자 추진된 규제 강화안은 대폭 완화됐다.

분식회계 등을 저지르고 해임 또는 면직된 기업 임원에 대해 2년간 상장사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를 징계하는 내용은 행위자가 아닌 대표를 징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규제개혁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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