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시스템도 갖춰놓지 않고 가맹점에 가짜 서명시키려 해
금융위, 카드사·밴사·밴 대리점에 중재안 요구


애초 카드사들이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려 했던 5만원 이하 무서명 카드거래가 사실상 연기됐다.

금융위원회가 5만원 이하 카드거래 때 소비자 대신 가맹점에 서명을 시키는 방식으로 무서명 거래를 강행하려던 카드사를 막고 카드사와 밴사, 밴 대리점 업계에 중재안을 만들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위원회와 카드업계, 밴 업계, 밴 대리점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1일 금융위는 여신금융협회에서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카드사, 밴사, 밴 대리점 관계자들을 모아 무서명 거래 확대에 관한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사들의 요구를 반영해 5만원 이하 소액결제는 가맹점과 별도 협의 없이 카드사의 통지만으로 무서명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무서명 거래가 늘어나면 카드사가 밴사에 줘야 하는 전표매입 비용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카드사와 달리 전표 매입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밴 대리점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밴 대리점은 5만원 이하 거래에 대한 무서명 거래를 반대했다.

문제는 무서명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서명 없이도 결제 승인이 되도록 전국에 있는 카드 단말기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밴 대리점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 카드사들은 밴 대리점이 카드 단말기 프로그램을 바꿔주지 않으면 가맹점에 소비자 대신 사인을 하게 해 무서명 거래를 강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금융위원회가 저지에 나섰다.

대신 카드업계와 밴 업계, 밴 대리점 업계가 자율적으로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밴 대리점 업계는 승인수수료와 매입수수료를 구분해 놓은 수수료 체계를 단일화해 전표 매입 감소로 인한 피해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카드사들이 무서명 거래를 강행하면 카드 결제 대금 자동이체 업무를 중단하고, 카드 단말기를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밴 대리점의 수수료는 밴 대리점이 계약을 맺는 밴사와 협의해야지 카드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들이 무서명 거래 확대를 강행하려 했지만, 금융위의 중재로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의 수익 악화를 일정 부분 덜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