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 CJ프레시웨이 /김병언 기자 misaeon@20160322..
비즈인사이트 CJ프레시웨이 /김병언 기자 misaeon@20160322..
디저트카페 ‘설빙’,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가앤쿡’, 수제 맥주 전문점 ‘생활맥주’….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잘나가는 이들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빙수 등 디저트, 파스타와 피자, 맥주와 안주 등으로 메뉴는 다르지만 모두 CJ프레시웨이에서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식자재 유통업과 급식업을 영위하는 CJ프레시웨이는 다소 생소한 회사다. 매출의 대부분이 기업 간 거래(B2B) 채널을 통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 회사는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프랜차이즈 일반음식점 등 6600개 거래처에 식재료를 공급하며 소비자를 만난다. 대한항공 산업은행 금호아시아나 한국타이어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포함해 500여곳에 달하는 단체급식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2조723억원으로, 업계 최초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재료 단순 공급 넘어 ‘메뉴 컨설팅’까지

CJ프레시웨이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 메뉴 컨설팅과 브랜드 전략 수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가맹사업을 시작한 수제 맥주 전문점 생활맥주는 CJ프레시웨이의 셰프가 개발한 ‘맥앤치즈바이트’ 메뉴를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CJ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도입한 미국 냉동감자 전문회사 심플로트의 메뉴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같은 CJ프레시웨이의 시의적절한 컨설팅에 힘입어 지난해 소비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생활맥주는 매장 수를 30여개나 늘렸다.

서가앤쿡의 메인 요리 ‘목살 스테이크 샐러드’에 사용하는 ‘마늘 드레싱’도 CJ프레시웨이가 규격화를 통해 상품화했다. 또 주꾸미 전문점 오쭈는 CJ프레시웨이와 함께 해산물과 토마토 소스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박수흔 CJ프레시웨이 과장은 “컨설팅과 미스터리쇼퍼 운영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프랜차이즈업계와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라며 “6600개 정도인 거래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급식에 ‘빕스 메뉴’ …고급화로 차별화

이 회사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단체급식 사업이다. 기업 병원 골프장 등 전국에서 480여개의 대형 급식장을 운영 중이다. 이 부문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강점은 우수한 메뉴 개발력이다.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 매장 최초로 가정식 백반을 선보이기도 했다. 외식사업의 강자인 계열사 CJ푸드빌의 외식브랜드 빕스 계절밥상 비비고 등을 활용한 일품요리 제공도 호응을 얻고 있다.

1만여개에 달하는 단체급식 메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확장도 주목을 받는다. 저칼로리 저염식, 암환자 식단, 당뇨·고혈압 식단 등 병원 전문 치료식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2012년부터 베트남과 중국에서 급식장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 중국 식자재시장 본격 진출

CJ프레시웨이는 올해부터 해외 식자재 공급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5위 대형마트인 ‘영휘마트’와 제휴계약을 맺은 뒤 합자법인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소싱과 현지 식자재 유통을 담당할 두 개의 합자법인이 상하이와 베이징에 올 상반기 중 세워질 예정이다.

이미 베트남산 용과 등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과일 등을 수입해 영휘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육류 수산물 가공품 등도 유통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전처리 공장이 준공되면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에도 식자재를 유통할 수 있을 것이란 게 CJ프레시웨이의 기대다. 강신호 CJ프레시웨이 대표는 “중국의 도시화율이 30%를 넘어서면서 외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외식 주력부대인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시스코’ 향해 달린다

CJ프레시웨이가 벤치마킹 중인 대상은 글로벌 식자재 유통회사 시스코다. 시스코는 40만여개의 거래처에 식자재를 공급해 한 해 매출 51조원(2014년 기준)을 올리는 글로벌 시장 선두주자다. 시스코는 ‘원스톱, 온라인 배송서비스’ ‘거점별 물류센터 운영을 통한 정시 배송’ ‘거래처 대상 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고속 성장했다. 이익률은 연 3.5%로 1%대인 국내 업체들보다 훨씬 높다.

CJ프레시웨이는 시스코식 성공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의 유통을 위해 식품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전국 1일 배송이 가능한 4대 거점 물류센터를 통한 배송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업계 최초로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해 식자재 구입 고객을 위한 웹 수·발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2020년 연매출 10조원과 이익률 3%라는 목표를 달성해 회사를 한국의 시스코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