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아저씨
돌아와요 아저씨
SBS ‘돌아와요 아저씨’ 9회 2016년 3월 23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영수(김인권) 형님과의 신의를 핑계로 신다혜(이민정) 집에 눌러앉게 된 이해준(정지훈). 해준은 다혜의 마음을 잡고자 노력하지만 어설픈 연애 초보라 번번이 다혜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든다. 이 와중에 해준은 생전 자신이 몰랐던 다혜의 본 모습을 알아가게 된다. 한홍난(오연서)은 해준의 연애를 도와주고자 집까지 찾아오고, 송이연(이하늬)·다혜는 친구가 된다. 해준은 다혜에게 죽은 영수 자리를 내가 채우면 안 되는지 묻는다.

리뷰
모두가 웃겼다. 심지어 다혜네 집 개 강자까지도 핑크색 개 옷에 개 하품으로 웃겼다. 참 독특한 드라마다. 핵심 소재와 상황은 비극인데 그것을 풀어가는 이야기는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 저리 가라 할 만큼 코믹성이 강하다. 해준은 살아생전 회사에 몸 바쳐 일했지만 비리를 저지르고 자살한 인간으로 치부됐고, 홍난은 역송 전 차재국(최원영 분)의 계략에 휘말려 죽는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사랑하는 이가 죽고 남은 가족·연인의 삶도 비극이긴 마찬가지이다. 한때 톱스타에 재벌가 며느리였던 이연은 단역이라도 감지덕지 여기는 이혼녀가 됐고, 다혜는 남편을 죽인 백화점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한다.

현실이 이런 데도 드라마는 아주 재밌다. 그 이유는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 주는 역송 판타지 스토리로 기본적인 재미가 깔린 상태에서, ‘싱글즈’, ‘미녀는 괴로워’를 집필한 노혜영 작가가 만드는 B급 정서의 웃음 포인트, 그리고 연기 구멍 없는 주·조연들의 열연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선 단지 직박구리 폴더만으로, 어찌 보면 정말 사소한 이야깃거리 하나를 가지고 주요 인물들이 얽혀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9회는 ‘야동’을 없애려는 자 해준과 공유하려는 자 홍난 간의 치열한 몸싸움, 직박구리의 비밀을 숨기려는 이연·승재(이태환)의 오버된 연기, 아무것도 모르는 다혜가 엉켜 꿀잼을 선사했다. 직박구리 야동 폴더, 남의 집 대낮 방에서 나는 야리꾸리한(?) 신음소리……. ‘돌아와요 아저씨’는 이와 같은 성적인 농담·B급 유머로 공중파 방송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웃음을 주는 재주가 있다. 지난 주 방송에선 그 경계수위를 넘어 제작진이 성희롱적 대사 표현(“고추 잡고 반성하든지” 표현)에 사과까지 하긴 했지만.

유머 있는 에피소드 설정에, 코믹 캐릭터와 배우들의 찰진 연기로 웃음의 강도를 업그레이드시켜준다. 그동안 이민정은 여주인공 3인방 중 가장 개성이 약했고, 극중 조용하고 여성스럽게만 나와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회 이민정이 드디어 ‘화끈한 다혜’로 캐릭터가 변화했다. 살아생전 해준도 몰랐던 다혜의 숨은 면모, 술을 못 마시는 게 아니라 안 마셨고, 나름 내지를 줄도 아는 본성이 드러나면서 재미도 살고 캐릭터도 살았다.

다혜가 달라지면서 해준의 사후 로맨스가 더 설레고 기대감 높아졌다. 해준이 지금껏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아내의 사랑, 가족애를 느끼는 순간이 있기에 이 드라마 속 삶과 죽음이 처절한 비극이어도 따뜻한 미덕이 있고 재미가 있다. ‘돌아와요 아저씨’가 인간적인 미덕을 진하게 더 숙성시킨다면 가벼운 판타지 코미디 장르 드라마여도 삶의 진한 페이소스를 안겨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수다포인트
– 진수성찬 차렸다고 반찬 적게 달라고 아내 구박하는 정지훈, 어디 이런 남푠 없나.
–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에필의 비 노래 선곡은 ‘태양의 후예’ 겨냥? 노래 정말 절묘하네
– 정지훈의 인생 명언 : 죽으면 다 끝이니 마음대로 살아, 열심히 일하면 등신 되는 세상이여.
– 우리 집 컴터에도 혹시 직박구리 폴더가…

이윤미 객원기자
사진. SBS ‘돌아와요 아저씨’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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