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통한 '경쟁사 판매가 알아내기'에는 경고 처분

대형마트 3사의 설 명절용 선물세트 값 담함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의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23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담합 의혹과 관련한 심의절차를 지난 1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종료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때 하는 것으로,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다.

대형마트 3사는 납품업체를 통해 가격 정보를 교환하면서 2013년 설 명절 때 조미료, 통조림 선물세트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조미료와 통조림 선물세트는 명절 때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인데, 당시 대형마트 3사의 판매가격이 거의 같았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선 대형마트들이 CJ제일제당·동원·오뚜기 등 납품업체에 경쟁업체가 파는 선물세트 구성품목과 판매가격, 카드할인 행사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한 점이 인정됐다.

납품업체가 다른 곳에 공급하는 상품 가격이나 조건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대형유통업법상 금지돼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대형마트 3사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위법성은 인정되지만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할 때 경고 처분이 나온다.

이용수 공정위 협력심판담당관은 "관련 납품업체가 대기업인데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납품업자가 피해를 보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대형마트 3사가 선물세트 판매가를 맞추려고 의견을 교환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잡아내지 못해 담합 혐의에 대해선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의결조직인 전원회의는 이번 담합 의혹을 포함해 최근 주요 불공정 혐의 사건에 대해 잇달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이디야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무혐의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KT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과, 스크린골프 1위 업체인 골프존의 부당 공동행위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냈다.

이는 라면값 담합 의혹 등 대형 과징금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공정위 전원회의가 예전보다 훨씬 깐깐하게 사건을 심의한 결과로 분석된다.

법원이 더욱 정교하고 과학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생겼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1심 기능을 담당하는 전원회의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