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달 18일 “생활필수품을 최저가로 팔겠다”며 가격 전쟁을 선포했다. 소셜커머스에 더 이상 소비자를 뺏기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매주 목요일을 ‘최저가의 날’로 정하고 젊은 층을 다시 대형마트로 불러오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전에 들어갔다. 기저귀와 분유, 여성용품, 커피믹스 등을 매주 최저가 품목으로 내세우며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러나 초반 야심 찬 공세는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지난 17일 새로운 할인 품목을 내세우기로 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일정을 미뤘다. 오는 24일에도 할인 품목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마트가 “가격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최저가 전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힘이 빠진 이유는 뭘까.'

경쟁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게 첫째 요인으로 꼽힌다. 이마트가 최저가 품목을 정하면 다른 업체도 줄줄이 가격을 내렸다. 이마트가 기저귀 가격을 내리자 롯데마트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마트와 온라인에 빼앗긴 소비자를 찾아오겠다”며 롯데슈퍼,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생필품 할인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쿠팡 '최저가 전쟁' 한 달 만에 '휴전 모드'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기저귀와 분유 가격을 내리면 곧바로 값을 인하했다. 결국 가격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했다. 어떤 날은 이마트 분유가 가장 쌌고 다음 날은 롯데마트가 더 저렴했다. 소셜커머스는 실시간으로 가격을 바꿨다. 대형마트와 소셜업체들은 서로 “우리가 최저가”라고 홍보했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웠다. “어느 곳이 최저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가격 차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 3일 인기 기저귀 중 하나인 하기스 매직팬티 가격은 이마트에서 개당 304.3원이었다. 같은 날 쿠팡에서 개당 가격은 303.7원이었다. 하지만 열흘 뒤 이마트가 302.3원으로 값을 내리면서 순서는 뒤바뀌었다. 그야말로 ‘1원 전쟁’이었다. 1원을 아끼기 위해 소셜커머스에서 이마트로 돌아오는 소비자의 발길은 뜸해졌다.

소비자들이 ‘1원 전쟁’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이마트는 고민에 빠졌다. 최저가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또 다른 최저가 후보 품목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분유나 기저귀만큼 소비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상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인 이마트가 최저가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 분기 실적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출혈 경쟁을 지속하면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며 “상장기업이 주주이익에 반하면서까지 최저가 품목을 늘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유통구조 차이도 이마트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형마트는 소셜커머스보다 매장 유지비와 인건비 지출이 많다. 김태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구조상 가격을 똑같이 내려도 대형마트는 온라인업체보다 출혈이 크다”며 “가격경쟁이 길어질수록 대형 업체엔 불리한 싸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수빈/정인설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