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금융알파고'가 ETF 시장 만난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에 인간이 졌다. 2014년 구글이 4억파운드에 딥마인드를 인수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주어진 환경에 대한 적절한 선택과 판단은 이제 더 이상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간 로봇의 역할은 산업현장에서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수단에 불과했으나 인공지능 발전으로 법률, 회계, 의료뿐 아니라 금융 애널리스트의 전문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정도로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까지 전통적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체제 아래서 소액 투자자는 고액 자산가에 비해 충분한 정보와 투자 조언을 받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 하에서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 자문가)의 출현은 금융투자 정보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해소하고 자산관리와 상장지수펀드(ETF)시장의 대중화 시대 개막을 알리는 새로운 혁신으로 다가오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재무설계나 투자결정 시 금융공학적인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에서 ETF 자동 매매를 위해 처음 도입된 로보어드바이저는 웰스프런트나 베터멘트 등 200개가 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운용자산 규모도 2015년 5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2조2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의 일환으로 쿼터백이나 디셈버앤컴퍼니와 같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은행·증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미 일부 증권사에서는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을 탑재했고, 은행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로보어드바이저 취급 상품을 담아 판매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되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ETF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급변하는 경제 상황 아래서 컴퓨터가 정해준 알고리즘만으로 자산관리가 가능한가라는 우려와 침체기의 금융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예상외의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이 검증된 바가 없다는 한계는 상존한다. 그럼에도 로보어드바이저는 증권산업의 변화 과정에 필연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인공지능 발전이 금융시장의 인적 구조조정이 아닌 전체 시장 규모의 확대를 가져오는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 ETF시장을 활용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구성할 수 있도록 상품 라인업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가 데이터화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 취약하다는 우려에 대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TF·상장지수채권(ETN) 정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비교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ETF·ETN 발행사의 신용위험 관리지표에 대한 통합조회 시스템 도입을 통해 안정적 시장 운영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거래소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성화를 계기로 국민 모두가 ETF·ETN시장을 재산 증식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표적인 100세 시대 종합자산관리시장으로 육성할 것이다.

김원대 <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