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으로 1회 투여에 7천만원
"이제는 약효와 임상 결과로 모든 걸 증명할 것"


바이오벤처 신라젠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간암치료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ec, 일명 JX-594)의 국내 임상 3상을 시작한다.

펙사벡은 신라젠과 부산대 연구팀이 함께 우두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올해 초 본격적인 다국가(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펙사벡을 향한 끊임없는 의심"이라며 "이제는 약효와 실제 임상 결과로 모든 걸 증명해보이겠다"고 말했다.

암으로 가족을 잃고 '인류가 암에서 해방되는 길'을 끊임없이 찾아왔다는 문 대표는 "바이러스에 해답이 있다고 믿는다"며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문 대표와의 일문일답.
-- '바이러스로 병을 치료한다'는 펙사벡의 컨셉 자체가 매우 낯설다
▲ 바이러스를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게 펙사벡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종종 보고됐던 일이고 실제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한 천연두 백신도 있지 않나.

펙사벡은 간단히 말해 유전자 재조작된 우두바이러스가 암세포만을 찾아 감염시키고, 신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공격해 암을 치료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항원이 생성돼 치료 후에는 자신이 걸렸던 암에 대한 면역이 생겨 재발률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미 해외에서는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암젠'이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작해 피부암 치료제 '임리직'(T-VEC·티벡)을 내놨고 시판 중이다.

-- 많은 바이러스 중에 우두바이러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땐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 바이러스로 연구를 시작했다.

아데노바이러스를 10년 동안 붙잡고 있었는데 결국 포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감염은 잘 되는데 온몸에 퍼진 암세포를 아데노바이러스가 다 따라잡질 못한다.

아데노바이러스만큼 감염력은 높으면서 온몸에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를 찾다가 선택한 게 '우두바이러스'다.

우두바이러스가 천연두 백신으로 활용되면서 충분히 안전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우두바이러스를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아데노 바이러스를 과감하게 포기한 게 제일 잘한 일이라고 자평할 정도다.

-- 바이러스를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선 안전성이 보장돼야 하지 않나.

▲ 우리는 이미 300명이 넘는 환자에게 펙사벡을 투여해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 허가를 받기 위해서 보낸 서류가 1t 트럭 분량에 달할 정도다.

허가 자체가 안전성을 말해준다.

더 중요한 건 펙사벡은 정상인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전자 구조를 바꿨기 때문에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감염시킨다.

이게 바로 신라젠이 내세우는 기술이다.

16년 동안 연구실에 드나드는 어떤 정상인도 펙사벡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그동안 펙사벡을 투여한 환자의 눈물, 소변 등 체액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건 물론이다.

게다가 우두바이러스는 천연두 백신의 원료로 사용된 바이러스다.

천연두가 사라지기까지 지금껏 수억명에 달하는 사람이 우두바이러스를 맞으며 충분한 안전성을 입증해왔다.

-- 국내외 의료진과 학계의 평가는.
▲ 연구 초기에는 '공상과학소설' 같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암세포를 파괴한다는 논문이 나오면서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임상 2상 이후 인식이 바뀌었다.

시한부 간암 환자 35명으로 진행된 임상 2상에서는 23명의 암세포가 줄었고 2명의 암이 사라졌다.

이 결과가 2013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의 표지기사로 실리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이제는 국내 의료진이 먼저 찾아와 연구를 같이하자고 제안할 정도다.

실제 서울대, 경희대, 한양대, 건국대, 이대 등 수도권 5개 병원과 협업해 펙사벡이 다른 암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 그렇다면 간암이 아닌 다른 암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긴가.

▲ 종양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혈액암을 제외한 고형암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간암 외의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해선 실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수도권 5개 대학과는 신장암과 대장암을,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는 폐암을 공동 연구하기로 한 상태다.

이미 부산대와는 대장암 전임상(동물실험) 단계를 진행해 내년에 임상 1상에 들어간다.

이밖에 유럽에서는 펙사벡의 유럽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트랜스진이 유방암, 피부암, 대장암 등에 대해 임상을 하기로 했다.

-- 임상 3상 종료와 상업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 있나.

▲ 임상 종료 시기는 2019년으로 보고 있다.

임상을 마친 후에는 6개월 이내에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결과값이 빠르게 검증되면 조기에 시판할 수도 있다.

올해 초 뉴질랜드 환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상을 시작한 만큼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에는 임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국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펙사벡 투여방법을 1박2일 동안 교육했는데 여기에 한국인 의사도 포함돼 있었다.

가격은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을 기준으로 1회 투여에 7천만원 정도를 예상한다.

펙사벡은 3회만 투여하면 된다.

국내는 보험 급여가 있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