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내리고 복지는 줄이는 영국
자원배분 왜곡과 경제 비효율 제거
비전 갖고 국민설득 용기 배워야"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
[시론] 법인세율 더 낮추는 영국을 배워라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유의 정책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부작용만 더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이 세금을 낮추고 허리띠를 졸라매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고 나서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캐머런 내각은 집권 초부터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28%이던 최고세율을 20%까지 내렸다. 법인세를 인하하자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캐머런 내각은 지난 16일 법인세 추가 인하를 포함한 감세정책과 재정긴축 방안을 담은 2016~2017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을 보면 20%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20년에 17%까지 내리기로 했다. 창업기업을 돕기 위해 자본이득세율을 현행 28%에서 20%로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동산 양도차익세율 인하, 석유매출세율 인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의 상향 조정 등 감세안이 들어 있다. 감세정책으로 불러올 단기적인 재정적자를 우려해 장애인을 제외한 복지지출을 축소하고, 공공부문 근로자의 연금 지출을 줄이는 등 다각적인 예산 절감안도 발표했다.

감세정책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법인세율 인하다. 캐머런 내각이 출범할 당시 영국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번째로 높았으나, 현재는 22번째로 내려가 OECD 평균 23.4%에 비해 3.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예정대로 2020년에 17%까지 낮아진다면 영국은 스위스, 아일랜드, 캐나다, 독일 다음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가 된다.

영국이 법인세율을 의욕적으로 낮추는 데는 영국에 본사를 뒀던 맥도날드, 구글, 야후 등 많은 기업이 세율이 낮은 스위스나 아일랜드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쓰라린 경험 때문일 것이다. 법인세 인하 목적이 내외국인의 투자를 유인하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법인세는 가장 왜곡되고 비생산적인 세금 중 하나”라고 말했듯이, 법인세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과 경제 비효율성을 최소화하자는 목적도 있다. 인기영합적인 복지정책이 선거 때마다 늘어나고 필요 재원을 법인세 인상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인세 인하를 얘기하면 ‘부자감세’를 주장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이고 서민의 후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냉혈인간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고, 기업은 개인보다 부자’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 ‘사람만이 조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 서민을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정치논리가 만연하게 된다.

기업은 자본과 노동을 사용해 재화를 생산하고 판매해 얻은 수입을 생산기여도에 따라 주주와 노동자에게 배분한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 부담도 주주와 노동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법인세는 생산비용을 높여 재화의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법인세 일부가 전가된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30대 기업의 지분율은 소액주주가 41%를, 대주주가 38%를 차지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서민이라고 간주하는 노동자, 소비자, 소액주주가 대주주에 비해 훨씬 많은 법인세를 부담하는 셈이다.

감세정책은 재정정책보다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인에게는 인기가 없다. 그러나 구조적인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데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영국 정부의 용기 있는 행동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glcho@keri.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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