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보등록(24~2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선 유독 여야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 많아 눈길을 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핵심이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을 더민주의 비례 2번에 ‘셀프 배치’하고 선거대책위원장도 맡을 예정이다. 비례대표로만 5선째다. 이에 새누리당은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을 선대위원장에 내정하고 비례 순번도 부여해 김 대표에 맞불을 놓을 태세다. 서로 반대진영으로 옮겨 총선을 지휘하게 됐다.

김종인과 강봉균의 사례를 보면 이제야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평가를 줄 수도 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이고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영원히 못한다”는 지론을 가졌다. 김 대표가 새누리에 몸담았던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강 전 의원은 야당이면서도 선별적 복지와 성장 정책을 주장해왔다. 오히려 새누리쪽과 코드가 더 잘 맞는다.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호남 출신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옮겼을 것이다. ‘원조 진박(眞朴)’이라는 진영 의원이 더민주에 입당한 것도 자연스런 귀결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야당 주장대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으면서 여태 새누리 당적을 유지한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새누리나 더민주의 공천을 받은 어떤 인물들은 여전히 그 당에 남아 있는 게 미스터리로 느껴진다. 당의 정강정책이나 이념보다 지역구도에 의한 당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하고, 법인세 인상도 주장하던 유승민 의원은 경제관에선 더민주에 훨씬 가깝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주도하며 당론과 반대입장에 섰던 김세연, 이혜훈 등이 새누리 공천을 고집한 것도 의아하다. 더민주의 김진표 전 의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야 정당들은 수시로 당명을 바꾸고 당색(黨色)까지 정반대로 내걸면서 유권자를 현혹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각자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에 맞는 정당으로 옮겨가는 게 차라리 다행스럽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빌려 입고 국민을 기만하는 얄팍한 처세는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