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핀테크 도약, 은행의 적극적 협업에 달렸다
18연승으로 한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고 데뷔 첫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현대캐피탈 배구팀의 최태웅 감독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힘들었다”고 했다. 기존 외국인 용병 중심의 배구에서 벗어나 여섯 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플레이하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얘기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선수들에게는 “실수하지 않으면 미래는 현재와 같다”고 독려했다고 한다.

최 감독의 도전과 승리 경험은 핀테크(금융+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지난해 금융산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핀테크가 부각되고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금융업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은행 주도의 국내 금융산업 틀이 흔들렸다. 다양한 핀테크 업체가 쏟아져 나왔고 간편결제 서비스, 개인 간(P2P) 대출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전문가)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도 생겼다. 이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핀테크 관련 금융규제 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자지급결제 대행업체(PG)가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편결제가 꽃피울 수 있었고, 본인 실명확인을 온라인으로도 가능케 해 삼수 끝에 올 하반기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진입 길을 열었다. 작년 말부터는 계좌이동 서비스, 보험다모아처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감형 핀테크도 등장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핀테크로 금융산업의 틀이 흔들리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은행의 몰락을 예고했다. 핀테크가 자칫 은행의 밥그릇 빼앗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핀테크를 끌어안으려 했고, 그 결과 대다수 은행들이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해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은행들이 극복해야 할 도전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아직까지는 핀테크 업체와 협업을 한다기보다는 경쟁 구도로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은행에서 하고 있는 핀테크는 예전보다 금융거래 등에서 조금 더 편리한 부가서비스의 한 수단이란 느낌이 강하다. 최근 금융위원회 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아쉬워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생 핀테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도 필요하다. 핀테크 업체와 금융회사의 협업이 단순 기술 착취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애로사항은 없는지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꽃피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문을 연 뒤 매달 ‘데모데이’를 통해 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있는 핀테크지원센터 역할이 기대된다.

글로벌 핀테크 경쟁을 위한 전담 인력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핀테크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용객이 국내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알리페이, 페이팔 등이 이미 국내에서 금융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다른 핀테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다.

금융위는 올해 핀테크 육성 목표로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보험권에서도 핀테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급성장하게 될 국내 핀테크의 모습이 기대된다.

강임호 < 한양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