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자산관리가 투자문화 혁신 몰고올 것"
기계가 인간보다 투자도 잘할까.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맞서 승리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스마트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마트 자산관리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투자자문가의 합성어) 등을 활용해 개인 자산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하고 최소 가입 금액도 낮다. 과거 자산관리 고객이 주로 고액 자산가였다면 일반 투자자까지 고객군이 확대되는 것이다.

정영완 삼성증권 스마트사업부 상무(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자산관리의 강점은 모바일기기나 컴퓨터로 쉽게 투자하면서도 성향에 맞춰 주식부터 상품까지 골고루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스마트 자산관리가 국내 투자업계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자산관리’ 시장이 주식이나 펀드 매매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스마트 자산관리가 기존 자산관리와 다른 점은 뭔가.

“스마트 자산관리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고객 입장에서 편리해야 하고 체계적인 투자 방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도 저렴해야 한다. 현재 시중금리는 연 1% 중반대다. 과거처럼 저축으로 돈을 벌기 쉽지 않다. 부동산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 결국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자산관리는 소수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으로 일반인이 쉽게 투자에 접근할 수 있고 오프라인 고객관리 비용이 없어 수수료가 낮은 게 스마트 자산관리의 특징이다.”

▷다른 투자 방식 대신 ‘스마트 자산관리’를 선택했을 때 유리한 점이 있는가.

“개인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주식 투자가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본다. 아직도 주식과 펀드를 단기매매하는 투자문화가 강하다. 증권사들이 초기에 주식 매매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유치하면서 주식을 사고파는 게 너무 쉬운 일이 됐다. 주식을 자주 사고팔아서 이득을 보는 건 투자자가 아니라 증권사다. 스마트 자산관리가 확산되면 이런 투자문화 대신 장기·간접·분산·해외 투자라는 성숙한 투자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

▷스마트 자산관리의 일부인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주변 사람에게도 로보어드바이저나 스마트 자산관리 시스템이 출시된 직후부터 가입하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로봇이 어떻게 투자하는지 지켜보고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형성되는 패턴을 보면 처음엔 시장 규모가 천천히 커지지만 어느 순간 시장 규모가 급증하는 ‘티핑 포인트’가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성숙하고 소비자도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이다.”

▷박스권에선 강하지만 금융위기 등 이례적인 상황에선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오히려 반대다. 과거 금융위기를 분석해보면 위기가 오기 전에는 몇 가지 신호가 있었다. 이 신호를 알고리즘으로 만들면 로봇이 사람보다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다. 위기가 올 것 같으면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이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 상품에 투자한다.”

▷스마트 자산관리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온라인 자산관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억달러였다. 2020년엔 450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모바일·인터넷 환경이 잘돼 있다. 주식 거래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고 쉽게 돈을 불리려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증거다. 삼성증권의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인 스마트 어드바이저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체험 고객이 1300명을 넘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자산관리 시장이 주식과 펀드 매매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