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쪽 업계에서는 ‘쿠션 전쟁’이 초미의 관심사예요.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다 뛰어들었는데,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 다들 궁금해하죠.”

최근 만난 한 외국계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쿠션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국내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처음 개발해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이 제품을 올봄 랑콤, 바비브라운, 슈에무라, 이브생로랑, 에스티로더, 비오템, 맥 등 쟁쟁한 해외 브랜드들이 뒤따라 출시하면서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톡! 톡! 톡! 여심을 두드려라…불꽃튀는 '쿠션 화장품' 전쟁
쿠션은 자외선 차단 크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을 특수 스펀지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개발했는데, 국내외에서 1.2초에 한 개꼴로 팔리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는 남성들도 이름은 알고 있을 만큼 ‘K뷰티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제품이다.

쿠션의 원조인 아이오페 ‘에어쿠션 XP’는 자외선 차단, 미백, 주름 개선 등의 기능이 함께 들어있다. 수분을 공급해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얼굴 전체에 탄력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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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해외 화장품 업체들은 그동안 아시아 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장 찍듯 피부에 툭툭 찍어 바르면 화장이 끝나는 쿠션의 장점이 호평을 받자 일제히 비슷한 제품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베끼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들 해외 업체는 기존 쿠션의 단점을 보완한 ‘신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랑콤의 ‘2중 네트 쿠션’은 파운데이션을 머금은 스펀지에 2중 섬유망을 더해 항상 일정한 양이 묻어나오도록 했고, 네 가지 색상으로 출시해 피부톤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바비브라운의 ‘스킨 파운데이션 쿠션 컴팩트’는 커피캡슐 원리를 차용, 스펀지 가운데 구멍을 통해 적당량의 화장품만 묻어나도록 했다.

슈에무라의 ‘블랑:크로마 UV 쿠션 파운데이션’은 피부에 닿는 스펀지의 감촉이 훨씬 부드러워 적은 양으로도 얼굴 잡티를 완전히 가려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비오템의 ‘아쿠아수르스 수분 플럼핑 쿠션’은 이 회사 수분크림의 핵심 성분을 넣어 피부 보습 기능을 한층 끌어올린 제품이다.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기 위한 톡톡 튀는 네이밍 경쟁도 눈길을 끈다. 맥의 ‘라이트풀 C SPF 50/PA+++ 퀵 피니시 컴팩트’는 셀카를 찍을 때 별도의 보정이 필요 없다는 뜻에서 일명 ‘셀피 커버 쿠션’으로 불린다. 이브생로랑의 ‘르 쿠션 엉끄르 드 뽀’는 잉크를 바른 듯 오래 지속된다는 뜻의 ‘잉크 쿠션’, 지방시의 ‘지방시 뗑 꾸뛰르 쿠션 파운데이션’은 용기에 메탈 소재를 썼다고 해서 ‘메탈 쿠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