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8일 오후 4시37분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바이오제약업체 셀트리온이 다음달부터 명실상부한 대기업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이 회사와 11개 계열사의 자산(자본+부채) 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그룹으로는 첫 사례이며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업체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9)은 2002년 회사를 설립한 지 14년 만에 ‘대기업 총수’ 직함을 달게 됐다.
[마켓인사이트] '바이오벤처' 셀트리온, 창립 14년 만에 대기업 된다
◆램시마 판매 호조로 자산 늘어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셀트리온에 대한 대기업집단 지정 검토작업을 하기 위해 계열사 목록과 자산 현황 등 자료를 제출받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매년 4월1일까지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은 기업집단을 파악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대기업집단 명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셀트리온이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겼다면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12개 셀트리온 계열 회사의 총 자산은 2014년 말 4조8432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4000억원(셀트리온 2조5177억원, 셀트리온제약 4685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셀트리온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관절염 치료용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항체의약품 복제약)인 램시마 판매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이익잉여금이 자산으로 쌓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계열사로 둔 삼성처럼 대기업이 바이오나 제약사업에 뛰어든 사례는 있지만 제약·바이오그룹이 ‘몸집’을 불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적은 없었다. 벤처기업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사례도 처음이다.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2000년 세운 넥솔바이오텍과 미국 바이오기업 백스젠이 합작해 2002년 탄생했다. 초기에는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으로부터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서 회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바이오신약 특허가 2014년을 전후로 대거 만료된다는 것을 알고 2005년부터 램시마 개발에 착수했다. 셀트리온은 7년 만인 2012년 한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13년 유럽에서도 허가를 따냈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램시마의 판매 승인을 권고한 만큼 다음달에는 미국에서 판매허가가 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판매허가를 받는 것은 셀트리온이 처음이다.

◆채무보증 등 규제 받아

대기업 지정을 앞둔 셀트리온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은 회사의 빠른 성장에 따른 결과”라며 “그룹 전반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그러나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대기업집단이 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채무보증 등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현행 지배구조상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규제를 받을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일감몰아주기와 채무보증 규제다.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53.85%)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램시마 판매를 전량 맡기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혜성 거래를 하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채무보증과 관련해서는 그룹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들이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보증을 받지 못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자금조달 문제는 다양한 대비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형호/황정수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