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기술) 열풍과 함께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P2P 렌딩)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맨 왼쪽)등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 오픈 기념행사에서 크라우드펀딩 공식 홈페이지를 시연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열풍과 함께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P2P 렌딩)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맨 왼쪽)등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 오픈 기념행사에서 크라우드펀딩 공식 홈페이지를 시연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핀테크(금융+기술) 열풍을 타고 한국에서도 최근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P2P 렌딩)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온라인 마켓을 통해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자금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계약 방식에 따라 ‘증권형’ ‘대출형’ ‘후원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개념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금융회사가 생기기 전에도 사람들은 옆집이나 동네 사람과 재화나 서비스의 부족 부분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이 떠오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금융회사서 배제된 수요에 대처

첫 번째 이유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개인이 필요로 하는 금액을 쉽게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지급결제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도 온라인상의 사람들에게 자금이 필요한 이유와 자금공급의 대가로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알리는 것이 편해졌고, 페이팔과 온라인 계좌이체 등의 기술이 자금 유통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두 번째 이유는 ‘기관’의 한계 때문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자금이 필요하면 투자를 받거나 대출을 받거나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기존에는 이런 활동을 하는 곳을 통칭해서 ‘기관’이라고 불렀다. 기관은 은행처럼 주로 남의 돈을 운용해주는 일을 한다. 다른 사람의 돈을 운용하려면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데, 시간이 갈수록 기준은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기관의 돈은 많은데 빌려줄 곳은 적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기관의 첫 번째 한계다.

기관이 주주 등으로부터 효율경영에 대한 요구나 압력을 받으면 비용 절감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금 수요자 수는 줄이고 수요자당 공급해주는 금액은 올라가는 현상을 불러온다. 큰 금액을 소수의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것이 같은 금액을 다수의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것보다 운영관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 번째 한계다. 마지막으로 상당수 기관들의 자금은 공급처가 예정돼 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의 자금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기관의 한계점들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배제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문제 해결책으로 탄생한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대출’ ‘투자’ ‘후원’ 세 가지 자금조달 방식처럼 크라우드 펀딩에도 세 가지 방식의 플랫폼이 나타났다. 대출형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체결 금액도 가장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느냐’ 아니면 ‘하지 않느냐’에 대한 결정을 ‘투자형’에 비해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거쳐 체결된 금액의 70% 이상이 대출형을 통해 모인 금액이다.

대출·투자·후원형 플랫폼 출현

세계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상품 중 대부분은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내지는 원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의 형태로, 투자자는 매달 본인의 투자가 손실이 났는지 수익이 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는 투자형은 지속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이전 투자의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의 시간이 대출형에 비해 오래 걸린다. 당연히 활성화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대출형의 효시인 영국의 ZOPA가 2005년에 오픈했고 미국의 프로스퍼가 2006년, 한국에서는 필자가 운영하는 팝펀딩과 머니옥션이 2007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2000여개의 플랫폼이 사업을 하고 있으며 매일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해외시장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토가 넓은 국가들 위주로 플랫폼 수가 증가하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P2P 렌딩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은 조금씩 다르다.

[BIZ Insight] 자금 수요·공급자 직거래 금융서비스 '뜬다'
미국은 금융인프라가 잘 갖춰졌다. 그러나 기존 금융회사들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제 때문에 소매금융사업에 대한 제한이 많이 생겼다. 이 때문에 신규 시장 발굴에 대한 노력을 하다가 P2P 렌딩 플랫폼에 렌더로 참여하는 것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렌딩클럽의 경우 2015년 말 기준 약 15조원의 거래 금액 중 70%가 시중은행들이 렌더로 참여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개인 간 렌딩(peer to peer lending)이란 말보다는 마켓플레이스 렌딩(market place lending)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중국은 2007년께만 해도 금융권 엘리트들조차 신용대출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한국처럼 5분 이내에 시중은행 지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금융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업체가 부족한 금융인프라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현욱 < 팝펀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