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민정기 사장 "자산배분 역량 키우는 데 주력…연금시장서 입지 굳힐 것"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와 같은 대체자산까지 다루는 종합자산운용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은 글로벌 자산배분입니다. 자산배분 황금비율을 제시해 국내 연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하 신한BNPP)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재 영입과 리서치조직 확대 등을 통해 올해 국내주식 운용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지난해 국내 주식 연계 상품에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리서치팀을 주식전략본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체계적인 운용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 급급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성과를 보여주려면 사람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민 사장은 “운용사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서 갈린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김영기 주식전략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최근까지 8명을 새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들은 지난해 말부터 수익률로 조금씩 나타났다. 대표펀드인 ‘좋은아침코리아펀드’와 ‘코리아가치성장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 상위 10%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00억원 이상의 국내주식형펀드(공모형, 15일 기준)를 굴리는 38개 운용사 가운데 신한BNPP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85%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6.72%)도 3위로 달리고 있다.

민 사장은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올해 핵심 과제로 정했다. 신한BNPP는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 공룡’으로 꼽히는 BNP파리바와의 합작사다. 제휴나 계약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야 하는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다. 그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운용 역량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라며 “100% 출자한 홍콩 현지법인을 집중 육성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아우르는 펀드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2011년 4월 문을 연 신한BNPP 홍콩법인에는 현재 주식운용역 2명, 채권운용역 1명, 애널리스트 4명 등 9명이 근무 중이다. 민 사장은 “올해 홍콩법인 수탁액이 1조원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 지역에서는 이미 다양한 글로벌 투자 상품을 선보여온 BNP파리바와의 협업을 통해 상품 구색을 갖출 방침이다.

민 사장은 갈수록 글로벌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글로벌 자산배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금리, 고령화, 저성장 국면에선 과거처럼 한두 가지 자산에만 투자해서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며 “특히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의 장기 투자 상품은 자산과 투자지역을 다양하게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BNPP는 2년 전 멀티투자솔루션본부를 신설, 다양한 자산배분펀드를 운용 중이다. 약 1조원 규모의 글로벌채권자산배분펀드, 6000억원 규모의 글로벌주식자산배분펀드, 1000억원가량의 글로벌멀티에셋펀드를 포함해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배분펀드를 굴리고 있다. 민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글로벌 자산배분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가 많지 않은 데다 운용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라며 “BNP계열사인 MAS(멀티에셋솔루션)와 신한그룹 투자전략가들의 역량을 합해 한국 실정에 맞는 자산배분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글=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