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재개발…센텀·마린시티 잇는 부촌·관광명소 만든다
부산이 북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 강서구 신항에서 영도구를 지나 동구의 북항을 거쳐 광안리, 해운대로 이어지는 부산산업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부산역 일대를 끼고 있는 원도심에 있는 북항을 재개발을 통해 해운대 센텀시티와 마린시티와 같은 ‘부자촌’과 사람이 몰리는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크루즈와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첨단 기업도 속속 입주하고,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면서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의 계획이다.

북항은 항만 개발을 통해 가시적인 모습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부산 초량동 북항 3, 4부두 일원의 해안지역으로 부두길을 따라갔더니 올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국제크루즈터미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루즈가 몰리면서 해양과 관광이 접목돼 새로운 해양문화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153만㎡를 2019년까지 친수공간과 국제해양관광거점으로 조성하는 국내 최초의 북항항만재개발사업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국제여객터미널 개발에 이어 다른 시설도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공공업무지구에 들어설 부산지방합동청사도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8년 완공할 계획이다. 부산지방합동청사에는 부산경남본부세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국립부산검역소 등 CIQ(세관, 출입국관리, 검역) 기관을 포함해 부산지방해양항만청 등 6개 공공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영상·전시지구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도 들어선다.

부산 북항 재개발 현장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 북항 재개발 현장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시는 북항을 포함해 원도심 재개발의 큰 그림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부산항 개항 140주년을 맞아 북항 재개발과 남구, 영도구를 아우르는 ‘북항 그랜드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북항 그랜드 마스터플랜은 북항 전 지역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3개 기능의 중심축으로 설계해 시민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고 서비스 중심의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을 담고 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부산항대교 육지 쪽의 북항 지역은 화물운송 기능을 없애 시민 품으로 되돌리고 해양관광과 문화, 신해양산업 집적화를 통한 고부가가치산업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교류 관련 복합기능을 갖춘 명품 국제도시 북항을 만들고, 연구개발과 문화, 여가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지로 재탄생시키겠다”며 “시 차원의 해양수도 청사진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항재개발 1단계와 자성대 부두, 부산역 일원 철도 재배치, 55보급창, 영도 한진중공업 지역 일대를 해양비즈니스,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관광문화집적지로 하는 ‘국제교류 도시축’으로 개발한다. 우암·감만·8부두, 영도 동삼혁신도시와 청학동 조선소 등을 고부가가치 해양신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창조경제 중심축’으로 발전시킨다. 부산지역 철도 재배치와 부산역~부전역 철도 지하화, 신공항~북항 도로는 ‘게이트웨이 연계축’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시는 배후도로 지하차도와 철도시설 재배치 등 4개 사업, 자성대 해양비즈니스단지 및 우암해양신산업단지 조성 등 3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사업 추진에는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오는 4월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과 세부적인 사항을 협의할 계획이다.

시는 북항재개발 지역에 바다 조망을 갖춘 부산오페라하우스도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는 북항재개발지 해양문화지구에 부지 2만9542㎡, 건물면적 5만2284㎡,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진다. 영화산업으로 쌓은 기반을 바탕으로 문화도시 부산의 면모를 문화예술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115억원으로 롯데그룹이 1000억원을 기부한다. 이병석 시 문화관광국장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바다를 끼고 있어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 문화시설이 될 것”이라며 “크루즈 선착장과 가까워 ‘클래식 관광’ 차원에서 일본과 중국 클래식 애호가들을 부산으로 불러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항재개발단지에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배후지인 동구 부산역 일대에는 호텔 건립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등 원도심 상권이 부활하고 있는 데다 해마다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따른 것이다.부산역 바로 옆 동구 초량동 옛 올림픽예식장 부지에는 호텔과 오피스텔을 결합한 쌍둥이빌딩 아스티호텔&레지던스가 지난해 2월 착공해 내년 하반기 개장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5층~지상 24층, 객실 380실 규모다. 부산역 인근 초량동 조달청 자리에도 264석 규모의 호텔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