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판 '알파고' 개발에 나선다.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의 '키트'처럼 스마트폰으로 부르면 자동차가 나타나 운전까지 해주는 자율 주행차를 이르면 2020년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총 2조원 이상 투입해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 등 다양한 자율주행을 확대 적용해 2020년까지 상용화할 방침이다.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최근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여 주목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스스로 판단해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5년 내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경쟁사들도 목표로 삼는 시점이라 누가 먼저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20년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는 최초로 자율 주행차를 시판하는 게 목표"라면서 "현재 로드맵에 따라 순항 중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2020년에 내놓을 자율주행차는 키트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인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 전략을 수립하는 '판단', 실제 주행을 구현하는 '제어' 등을 중심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 최적화 및 안정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지 분야에서는 현재 보쉬 등 일부 글로벌 부품업체들이 독점하는 고정밀 센서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화질 카메라의 적용을 확대하고 2가지 이상의 센서를 융합한 첨단 인식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인지 기술력을 높일 계획이다. 판단 분야에서는 최적의 주행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제어 로직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할 예정이다. 제어 분야에서는 각종 돌발 상황에서 시스템 간의 충돌 없이 정밀한 통제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의 신뢰성 확보에 나선다.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 역량에도 전사적 자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자율주차 분야에서 주요 차종에 적용하는 '주차 조향보조 시스템(ASPAS)'을 진화시킨 '원격 전자동 주차 시스템(RAPAS)'의 상용화를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 교통 상황 등을 공유해 차량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V2X' 통신 기술까지 확보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도 개발이 한창이다. 이 시스템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도 앞차와의 거리 유지 및 차선유지 주행이 가능하며 차선 인식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레이더와 카메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현대차그룹 내 관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을 총동원하고 부품 협력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율주행 및 차량 IT 기술 개발에 중심이 되는 차세대 스마트카 개발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관련 연구 인력도 대거 채용하고 있다"면서 "부품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핵심 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 자율주행 기술의 기본이 되는 기술을 확보해 제네시스 EQ900 등 주요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구글 등 IT 업체들이 표방하는 자율주행차는 양산화를 배제한 채 철저히 기능 구현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대규모 양산화를 염두에 두고 차량 성능, 내구성, 생산공정, 가격, 디자인까지 고려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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