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추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면세점 대전이 또다시 예고되고 있다. 상반기 중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 면세점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고,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도 재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과 11월에 있었던 시내면세점 쟁탈전이 올해도 재현될 전망이다.
[다시 불붙은 면세점 전쟁] 서울 시내면세점 '패자부활전'…롯데·SK·현대백화점 등 재도전 채비
◆롯데와 SK는 부활 기회 얻어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면세점 이용자와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경쟁력 있는 면세점을 육성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 기한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업체에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소급 적용은 특정 기업이 항구적인 특혜를 받는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신규 면세점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2~3개의 면세점 사업권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추가 방안이 검토되면서 지난해 7월과 11월에 이어 또다시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려는 이른바 ‘3차 면세점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작년 11월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가 실지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동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장은 “오는 6월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 잠실 타워점 사업권을 연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뒤 여의치 않으면 신규 면세점 특허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까지 워커힐점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SK면세점도 면세점 시장에 남아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는 두산에 인천 물류창고와 면세점 운영시스템, 인력 등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정규직 130여명이 남아있고 워커힐호텔에 또 다른 물류 창고가 있어 면세점 사업을 계속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재도전

작년 7월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도 재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강남 무역센터점 2개 층을 개조해 1만2000㎡ 규모의 강남권 최대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중희 현대백화점 부사장은 “해외 관광객이 몰리는 강남 코엑스에 대형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면세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과 함께 작년 7월 면세점 경쟁에 뛰어들었던 이랜드그룹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는 현행 면세점 허가제가 신고제로 바뀌면 다시 면세점 시장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최 연구위원은 “독과점 시장구조를 해소하고 자유경쟁에 따라 경쟁력 있는 면세점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진입 요건을 설정해 신고제나 등록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도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을 쥐고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신고제로 전환해 자유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면세점 사업권 기간을 연장하거나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관세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하는 경우에는 관세청장 고시만 변경하면 되지만, 작년에 새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HDC신라,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두산, SM(하나투어)면세점 등은 “면세 시장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고 무조건 면세점 수만 늘리면 한국 면세산업을 공멸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인설/이수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