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인의 DNA
“천재가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쏟아진 외신들의 찬사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인간에게 첫 승리를 안겼다. 여자골프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박인비, 피겨여왕 김연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인이 활약하고 있다.

한국인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뛰어난 손재주와 속도감 있는 업무 처리능력, 빠른 현실 인식과 유연한 사고는 큰 강점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기기와 백색가전은 한국인의 DNA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보릿고개를 없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긍정 에너지로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 경제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1997년 외환위기엔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든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로 뭉쳤고, 누구도 예측 못 한 월드컵 4강 진출까지 해냈다. 긍정의 힘과 국민의 잠재력이 빚어낸 결과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우리 사회가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고, 개인의 능력이나 잠재력보다 학력과 스펙을 중시하는 고질적 병폐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을 앞둔 청년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률이 2013년 8.0%에서 2014년 9.0%, 2015년 9.2%로 매년 치솟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 젊은이는 대기업을 선호한다. 대기업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언제 구조조정이 될지 모르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목을 매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영업이익률이 10~30%인 알짜 중소기업도 많다. 이런 중소기업에선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면서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무한하다. 다양한 업무경험은 기본이고,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일하면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창업 기회도 엿볼 수 있다.

꿈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젊은 인재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중소기업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길 소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도 더욱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활짝 웃는 미래의 그날 역시 앞당겨질 것이라고 믿는다.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sgtkpk@kbiz.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