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부산 명물 (1) 오륙도
‘오륙도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두 섬이 맑으신 날 오륙도라/ 흐리락 맑으락 하매 몇 섬인 줄 몰라라.’ 이은상 시조 ‘오륙도’는 첫구부터 사람 마음을 흔든다. 맑고 흐린 부산 앞바다에 피어올랐다 가라앉는 저 꽃송이 같은 섬 오륙도.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날의 아름다움은 더욱 절경이다. 그래서 ‘취하여 바라보면 열섬이 스무 섬이/ 안개나 자욱하면 아득한 빈 바다라/ 오늘은 비 속에 보매 더더구나 몰라라// 그 옛날 어느 분도 저 섬을 헤다 못해/ 헤던 손 내리고서 오륙도라 이르던가/ 돌아가 나도 그대로 어렴풋이 전하리라’고 노래했으리라.

오륙도(五六島)는 부산항의 입구이자 부산시를 상징하는 문장(紋章)이다. 육지에서 가까운 순으로 세찬 풍파를 막아주는 방패섬, 소나무가 있는 솔섬, 갈매기 노리고 독수리가 모여드는 수리섬, 모양이 뾰족하게 생긴 송곳섬, 커다란 굴이 있는 굴섬, 지형이 평탄해서 밭섬으로 불렸던 등대섬이 줄지어 서 있다.

섬 이름은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요,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영도에서 보면 5개,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보면 6개로 보인다. 썰물 때와 밀물 때 그렇게 보인다는 설은 19세기 일본인이 잘못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섬 주변 조류가 매우 빨라 뱃길이 위험해서 옛날엔 공양미를 바쳤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풍광 좋기로 이름났지만 숱한 애환도 서려 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형제’의 애달픈 사연을 노래했고, 은방울자매의 ‘현해탄을 건너올 때’는 ‘오륙도를 지나올 때 치던 그 물결 지금은 먼 바다로 흘러갔겠지 이국살이 설움 속에 받은 눈물을 현해탄에 뿌려볼 길 어이 없는가’라는 가사로 우리를 울렸다. 오륙도를 노래한 곡이 1950년대 차은희의 ‘한많은 오륙도’를 비롯해 17곡에 이른다.

어릴 때 먼 발치에서만 보던 오륙도를 요즘은 유람선으로 가 닿을 수 있다. 낚시꾼보다 외국 관광객이 더 많은 날도 있다. 일출 장면을 찍으려는 ‘출사족’ 또한 붐빈다. 동길산 시인은 ‘등대에다 대고 바다는/ 푸른 먹물로 행서를’ 쓰고 그 글씨를 ‘물새가 들여다보곤 끄덕이다 간다’고 했는데, 흰 등대가 ‘한 자라도 놓칠세라/ 어둡다 싶으면 호롱불을 켠다’고 한 표현이 절묘하다. 그런 섬을 두 팔로 감싸 안은 이기대(二妓臺)와 신선대(神仙臺)까지 곁에 있으니 ‘그 옛날 어느 분도 헤던 손을 내릴’ 만한 절경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