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사업에 올인하자"…대기업 사업재편 '가속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이 활발해지고 있다. 잘할 수 있는 데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은 키우는 모습이다. 초대형 인수합병(M&A)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재계의 자율적 M&A 신호탄은 삼성그룹이 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하반기에는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삼성은 두 차례 대형 매각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브라질 프린팅 솔루션업체 심프레스와 미국 결제기업 루프페이를 각각 1000억원, 2746억원에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내부 사업재편도 함께 진행했다. 삼성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쳐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롯데그룹은 삼성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한화는 삼성의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사업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했다. SK그룹도 지난해 대형 M&A를 추진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SK(주)가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LG그룹의 LG상사는 범한판토스를 인수했다. 현대중공업은 무역 및 자원개발 사업을 하는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씨앤에프 주식을 대주주인 정몽준 현대아산 이사장의 사촌동생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등에게 매각했다.

최근 대기업의 사업재편 특징 중 하나는 그룹 총수들이 진두지휘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차례의 빅딜을 지휘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사업재편을 직접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대형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이 경영 환경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하게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이 나아갈 방향에 맞춰 잘나가는 계열사를 과감하게 매각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으로 평가된다.

올해도 대형 M&A는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문을 매각했다.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와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도 매각 대상이다. 현대그룹의 현대증권도 시장에 나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