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 처음보다 흥분은 가라앉았지만 세계 최고수의 연패에 충격과 경악이라는 반응과 함께 인공지능(AI)에 대한 반감과 공포 같은 기류도 없지 않다. ‘인간이 졌다’거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들도 이어지고 있다. 막연한 두려움에 감성적인 무기력증도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인간 두뇌의 외연 확장이라는 본질을 바로 보고 미래 준비에 적극 나설 때다.

AI 기술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지가 이번에 새삼 확인됐다. 의료, 금융, 교육, 교통물류 등 가히 모든 산업에서 대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 인류의 신문명이 열린다고 봐야 한다. 관건은 우리의 기술 수준이고 발전의 의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4년 정보통신기술(ICT) 수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AI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5 수준(일본 89.3)으로 중국(71.9)보다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다. 격차 기간으로 보면 미국엔 2년 이상 뒤지고 중국보다는 0.3년 앞섰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실제로는 이미 역전됐을지 모른다.

AI 관련 예산이 연간 3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부터 관심이 적었다. 그간 과학기술계의 구태를 보면 돈 문제만은 아니다. 2008년부터 매년 10조원을 넘어 지금은 20조원에 육박할 정도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도 있다.

‘기계냐, 인간이냐’는 식의 전(前)근대인 같은 부질없는 공포나 비관론에 젖어 있다가는 2025년 최대 6조7000억달러(IDC 분석)가 된다는 AI 관련 시장에서 완전히 뒤처질 뿐이다. 개화기 이전 동양사회가 서양의 흑선(黑船)에 겁먹고, 철마(鐵馬)를 보고 경기 일으키듯 할 이유가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터무니없는 반문명적 기계거부운동으로의 쏠림 현상도 걱정이지만, 한 번 끓고 마는 냄비 기질이 이 국면에서도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AI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도 샅샅이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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