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업은 BOE 등 잇단 증설
중소형 패널값 1년새 40% 폭락

국내 업체들 "원가도 못 맞춰"
LG, 2~3개 라인 추가 폐쇄 검토

중국, OLED·대형패널도 추격 '고삐'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국내 LCD(액정표시장치)산업이 중국에 밀려 휘청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19개 LCD 생산라인 중 중소형 6개를 폐쇄한 데 이어 2~3개 라인의 가동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LCD를 값싸게 공급함에 따라 급속히 채산성을 잃고 있어서다. 중국 업체들은 중소형 LCD에 이어 대형 LC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도 늘리고 있어 이 분야에서 국내 업체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 따라잡힌 LCD산업] 중국 물량 공세에 밀린 LCD…삼성·LG, 생산라인 19개 중 6개 줄줄이 폐쇄

삼성, 8개 라인 중 5개 폐쇄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에 있는 P2, P3 등 2개 라인을 내년부터 가동 중단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P2, P3라인은 각각 3.5세대(유리 크기 590㎜×670㎜)와 4세대(680㎜×880㎜) LCD 패널을 생산해온 곳으로 1997년과 2000년 완공됐다. LG는 P4라인 일부도 OLED 조명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5라인은 플렉시블 OLED용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 11개 LCD 생산라인 중 P1은 연구용으로 바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라인 8개 중 5개(L1~L5)를 작년까지 폐쇄했다. 작년 12월에 폐쇄한 충남 천안의 L5라인 장비는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나머지 3개 라인 중에서 L6라인을 작년부터 아몰퍼스실리콘(a-Si) 기반 공정에서 저온실리콘다결정화(LTPS)·옥사이드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LTPS로 전환하면 고해상도 LCD 패널이나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가동 중단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LCD 생산라인은 L6(5세대)와 L7라인(7세대), L8라인(8세대) 세 개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LCD 패널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국내 LCD 생산라인이 노후화된 데다 중국에 밀려 더 이상 중소형 LCD를 생산할 이유가 없어져 라인을 폐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따라잡힌 LCD산업] 중국 물량 공세에 밀린 LCD…삼성·LG, 생산라인 19개 중 6개 줄줄이 폐쇄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에 ‘흔들’

국내 LCD 라인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제12차 5개년 경제계획에서 4대 수입품으로 부상한 LCD 패널을 국산화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1% 미만인 디스플레이 자급률을 2015년 80%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이 패널 공장을 세우면 지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공사 자금의 10%만 있으면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중국 최대 LCD 생산업체인 BOE는 400억위안을 투자해 세계 최대 10.5세대 공장을 짓고 있다. 이 중 BOE의 자체 자금은 10%인 40억위안에 불과하다. 180억위안은 은행에서 빌려왔다. 나머지 180억위안은 공장이 들어서는 허페이시 시정부가 출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준다. BOE는 2014년 매출 368억위안과 영업이익 23억위안을 올렸다. 여기에 8억3000만위안의 보조금을 받아 27억위안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런 정부 지원을 업고 2010년부터 작년까지 중국에는 LCD 생산라인 10개가 들어섰다. 이 중 3개 라인은 증설 중이며, 4개 라인은 2016~2019년 추가 완공된다.

대형 LCD와 OLED도 ‘위협’

BOE 등 중국 업체가 건설한 LCD 라인은 대부분 8.5세대다. 유리 크기 2200×2500㎜로 55인치 TV용 대형 패널 생산에 최적화된 곳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여기서 10~32인치의 중소형 패널을 쏟아내고 있다. 기술이 뒤처져 불량 화소가 많은 탓에 대형 패널을 생산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중소형 LCD값은 지난 1년 남짓한 기간에 평균 40%가량 추락했다.

삼성과 LG는 그나마 대형 LCD와 OLED에서 중국 업체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위는 언제 뒤집어질지 모른다. 중국도 최근 LTPS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관련 투자 계획이 20개가 넘는다. 정부 차원에서 OLED와 대형 LCD 패널로 투자 방향을 튼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3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 OLED로 투자 방향을 틀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LCD 투자에 대한 심사를 까다롭게 바꾸고 대신 OLED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BOE의 10.5세대 공장이 가동되는 2018년이면 국내 대형 LCD 라인도 위험에 처한다. 10.5세대는 65인치, 75인치 패널에 최적화된 라인으로 국내 업체가 가진 8세대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해 최근 일본 샤프의 10세대 라인을 인수하려했으나 실패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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