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대학 경쟁력…취업 포기하는 니트족 비율 세계 3위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 3분의 1 이상 문 닫아야 할 상황
선택과 집중의 구조개혁 절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다산칼럼] 대학이 '잠재력 있는 원석'을 키우는 길

대학이 위기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졸업생 취업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재정 여건도 악화일로다. “고급인력 양성이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대학 위기의 본질은 경쟁력 저하다. 글로벌화, 디지털 혁명, 저출산·고령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응한 변화와 혁신 노력이 미흡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4년 대학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38위로 많이 뒤처져 있다. 2014년 대졸자 취업률은 공학계가 65.6%, 사회계는 54.1%, 인문계는 63.9%에 불과하다. 지난해 15~29세 청년 고용률이 사상 처음 30%대로 하락했다. 대졸자 중 교육이나 고용 상태에 있지 않은 니트(NEET)족 비율이 2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9%의 약 2배다. 그리스와 터키에 이어 세계 3위다.

대학 발전의 키워드는 구조개혁과 핵심 역량 강화다. 그동안 고등교육 시장에서 부실대학 정리와 구조개혁의 당위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나 구체적 성과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입학 자원 부족 문제야말로 대학의 아킬레스건이다. 2023년엔 입학정원 대비 고3 수험생이 약 16만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국내 대학 중 3분의 1 이상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구조개혁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수도권보다 지방대학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13학년 신입생 미충원의 96%가 지방대, 51%가 지방 전문대에서 발생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괴담이 대학가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로 인한 교육 부실화와 재정 악화는 대학과 학생은 물론 지역사회에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학의 기능 전환, 자발적 퇴출 등 스스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고용 수요에 발맞춘 대학의 변신도 불가피하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 ‘청년실신 시대’라는 말처럼, 향후 청년 고용절벽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까지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등 대졸자 79만명이 노동시장의 수요를 초과해 공급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2%다. 지난 1월은 9.5%로, 1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대로 떨어졌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한다.

각 대학 고유의 특성과 강점,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핵심 역량을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에 선택, 집중하는 발전 전략이 시급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인력수급 전망’에 의하면 경영·경제, 사범 등 인문계열은 공급 과잉인 반면 기계·금속, 전기·전자, 건축 등 이공계열은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할 전망이다. SK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채용인원 중 70%가량이 이공계다. 삼성전자 신입사원은 83%가 이공계 출신이다.

기업은 ‘잘 가공된 보석’보다 ‘잠재력 있는 원석’을 희망한다. 인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대학은 6번째 일자리를 갖게 하는데 유용한 스킬을 가르쳐야 한다”는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의 주장처럼 산업 수요와 사회 변화에 부응한 교육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연구 중심과 교육 중심, 산학협력 중심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학 특성화 정책이 내실 있게 추진돼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합법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정원 조정과 대학 간 공정한 경쟁의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대학의 기능 전환과 퇴출 경로를 마련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은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