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효과 약하고 금융회사 수익성 악화 우려"

우리나라의 경기 부진을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최근 세계 경제의 리스크 증대와 선진국의 정책 대응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낮아질수록 통화정책의 효과성은 약화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경기 부진 및 금융시장 불안은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고 대내적 문제들도 경기순환적 요인보다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유출 급증, 유가 급락을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마이너스 예치금리제도를 시행한 유럽과 일본의 예에서 보듯 금리 인하는 결국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특히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우리나라에서 과도한 금리 인하가 금융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가 자본유출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한국은행과 일맥상통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로 동결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물가가 장기간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만에 하나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점증한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인 통화정책수단을 신속히 활용해 국민의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처럼 경제는 한번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고 장기간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과도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재정정책을 적절히 활용하고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정부와 민간 모두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해 G20(주요 20개국) 등 국제금융이나 '아세안(ASEAN)+3' 역내회의를 활용한 국제금융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