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드림
드림
지난 1월 발표된 엑소 백현과 미쓰에이 수지의 듀엣곡 ‘드림(Dream)’은 발매 직후 무려 300시간 이상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지켜내며 무서운 돌풍을 보여줬다. 재즈와 네오소울에 기반을 둔 이 곡은 두 사람의 음색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됐다. 백현과 수지는 고난도의 테크닉이나 폭발적인 고음을 보여주는 대신,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의 맛을 살려냈다.

그간 아이돌 솔로 활동 기회는 메인 보컬 내지는 메인 래퍼 위주로 돌아갔다. 그룹 활동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가창력을 솔로 활동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그런 면에서 ‘드림’의 인기는 아이돌 솔로 활동에 새로운 활로가 열렸음을 시사한다. 이제 대중은 화려한 보컬 외에도 예쁜 음색, 곡이 빚어내는 무드 자체를 즐길 줄 안다. 태민과 종현이 좋은 사례다. 두 사람은 솔로 앨범을 통해 각각 퍼포머로서, 싱어송라이터로서 능력을 뽐냈다.
스테이션
스테이션
이 같은 흐름에서 스테이션은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진다. 바로 아이돌 솔로 발견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 스테이션의 아티스트 라인업만 보더라도 SM이 스테이션을 얼마나 영리하게 활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첫 주자 태연이야, 이미 솔로 가수로서의 면모를 여러 번 보여준 적 있지만 디오의 경우 그룹을 벗어나 음원을 발표한 경험이 많지 않다. 그는 유영진과의 듀엣을 통해 SM식 알앤비(R&B)의 명맥을 이었으며 동시에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톡톡히 발휘했다.

멤버 활용의 변주는 웬디와 윤아에게서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웬디는 그동안 OST와 음악 방송을 통해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은 멤버. 그러나 스테이션은 웬디의 가창력 대신 ‘감성’에 주목했다. 절절한 발라드 대신 가슴 설레는 러브송을 제작해 20대 초반 풋풋한 감정을 녹여낸 것. 가장 의외의 주자였던 윤아는 음색을 장점으로 내세웠고,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봄 시즌 송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스테이션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출발부터 음악적 다양성 확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스테이션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속된 그룹 멤버들의 각기 다른 재능을 부각하고, 동시에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SM으로서는 1석 2조의 수확이다.

디지털 싱글이라는 음반 포맷도 이 같은 행보에 큰 도움이 되는 양상이다. 정규 음반은 통상 ‘기획’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고, 하나의 콘셉트 아래 10곡 가량의 수록곡들이 짜임새 있게 들어찬다. 반면 디지털 싱글은 음원 그 자체이다. 덕분에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가능하다. 실제 SM 소속인 보아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에서 ‘스테이션’이라는 시스템을 도입을 했는데, 노래를 내는 것에 있어서 나도 부담감이 없어진 것 같다”면서 “나도 부담 없이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는 활동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테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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