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들어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1월 하순 배럴당 22달러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상승하기 시작해 2월 중순 30달러를 넘어섰고 3월 들어서는 35달러에 도달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연평균인 배럴당 51달러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1월 최저 가격에 비해서는 50% 이상 상승한 셈이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 움직임, 이라크의 송유관 파손, 나이지리아의 생산 차질, 원유선물시장에서 투기성 자금의 매수세 증가 등이 원인이 됐다.
[뉴스의 맥] 공급과잉 굴레 여전한 유가, 상승탄력 받기 힘들어
그러나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최근에 나타난 유가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석유 공급이 석유 수요를 하루 200만배럴이나 초과했고 올 1분기의 초과 공급도 지난해와 거의 같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올해도 국제 유가는 세계 경제 상황과 석유의 수급, 달러화 가치, 지정학적 사건,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수요와 공급이 될 것이다. 특히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의 상황이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연하면, 공급 과잉과 유가 폭락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지만 생산비용이 높은 원유로 분류되는 미국의 셰일오일이 저유가로 인해 어느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감소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또 공급 과잉과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감산은커녕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증산을 실시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향후 행보가 관심사다. 더욱이 사우디와 함께 OPEC의 양대 축인 이란이 지난 1월 서방국의 제재 해제로 원유공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OPEC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低유가, 소비증가 효과 크지 않아

[뉴스의 맥] 공급과잉 굴레 여전한 유가, 상승탄력 받기 힘들어
먼저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지난해보다 증가 폭이 둔화되겠지만 예년 수준인 하루 120만배럴 정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주도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 증가 효과가 지난해만큼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저유가에 따른 재정 압박으로 산유국들이 국내 유가를 인하하지 않고 유류 보조금을 삭감하고 있다는 점도 수요 증가 폭을 축소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지난해에는 저유가에서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인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16년 미국 원유 생산이 전년보다 하루 7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컨설팅사인 리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는 최근 효율성이 높은 미국 셰일오일 유전지대를 기준으로 생산의 평균 손익분기점이 유가 하락과 더불어 2015년 35% 하락했고 2016년 다시 5~10% 낮아져 배럴당 4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가는 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므로 셰일오일의 생산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주요 셰일오일 업체가 자본투자를 축소하는 규모를 봐도 미국 원유 생산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노스다코타주 최대 셰일오일 생산업체인 콘티넨털리소시스는 지난해 투자비를 25% 삭감했고 올해 추가로 66%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원유생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원유시추기 수는 2014년 말에 비해 무려 73%가 감소했다.

한편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2월부터 이란의 공급 물량이 국제 석유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란 정부는 곧바로 원유수출을 하루 50만배럴 늘리고 1년 내에 하루 100만배럴까지 늘려 제재 이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재를 받던 금융시스템의 복원과 폐쇄된 유전 복구에 수반되는 애로 등을 고려하면 2016년 이란 공급은 지난해보다 하루 50만배럴 정도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생산조절은 중요한 신호

이런 와중에 지난달 16일 사우디와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OPEC 3개 회원국과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다른 주요 산유국의 동참을 전제로 생산량을 1월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나이지리아 석유부 장관은 오는 20일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를 위한 산유국의 회의가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산유국이 생산량 동결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석유수급 상황을 단기간 내에 개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유국의 1월 생산은 상당히 높아 이란을 제외한 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1월 수준으로 생산량을 동결해도 올해 생산은 전년보다 하루 60만배럴가량 증가하게 된다. 생산 여력이 있는 사우디와 이라크 이외 산유국은 재정 적자로 인한 투자 부족으로 생산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태여서 생산량 동결이 갖는 의미도 크지 않다. 다만 종래의 석유시장 공급조절자(swing producer) 역할을 포기하고 산유량 확대를 주도했던 사우디가 형식적으로나마 생산 조절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시장분위기에 영향을 줄 것이다.

결국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 감소분은 이란의 증산과 여타 OPEC 회원국 증산으로 모두 상쇄돼 올해 원유공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중 일정 부분이 공급 과잉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200만배럴에 달하는 과잉 물량을 올해 예상되는 수요 증가분을 가지고 해소할 수는 없다. 올해도 초과 공급과 그에 따른 석유 재고의 누적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 규모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감소가 가속화하는 한편 계절적 요인에 의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반기에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석유재고 누적 불가피

올해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배럴당 15달러 정도 더 하락한 배럴당 35~38달러에서 연평균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는 연중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수급 상황을 반영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의 본격적인 반등은 석유 수급이 점차 균형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