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한다는 보도에 대해 즉각 항의했다. 여왕은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버킹엄궁은 밝혔다.

영국 더선은 9일(현지시간) 1면 톱 기사로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 http://www.thesun.co.uk/sol/homepage/news/politics/6986518/Queen-hailed-as-a-backer-of-Brexit.html )

이 신문은 “여왕이 유럽연합(EU)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메가톤급 파문” 등의 부제를 붙였다. 이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011년 5월 여왕이 당시 닉 클레그 부총리 등과 오찬을 하며 클레그와 격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또 여왕이 클레그를 심하게 질책해 다른 참석자들이 크게 놀랐다고 했다. 이 신문은 또 여왕이 다른 자리에서 의원들에게 화난 어조로 “나는 유럽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레그 전 부총리는 더선에 “잊어버릴 만한 성격의 일이 아닌데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버킹엄 궁은 이날 성명서를 내서 “여왕은 지난 63년간 그래왔듯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또 “우리는 거짓의 익명의 소식통들이 말한 것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EU 잔류와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는 영국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영국은 오는 6월23일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제임스 캐머런 영국 총리가 보수당 후보 시절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를 하지 않으면 영국의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특별 지위를 인정한다는 약속을 받아 왔지만, 국민들 가운데는 여전히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기류도 상당해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