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뱅이
잠뱅이
노란 스티치(바느질선)가 들어간 워커로 1990년대 말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영국 신발 ‘닥터마틴’. 한동안 잠잠하던 이 브랜드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 늘어 39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8% 더 많은 500억원이 목표다. 전형적인 닥터마틴 스타일인 ‘1460 부츠’ ‘1461 슈즈’ 외에도 샌들, 로퍼, 스니커즈, 키즈 라인, 유명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신발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한 점이 비결로 꼽힌다. 유르겐 스트라페 닥터마틴 아시아 총괄대표는 “침체된 한국 패션시장에서 20%대 성장률은 눈에 띄는 성과”라며 “올해 서울 홍대, 가로수길 등 핵심 상권에 매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복고 열풍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1990년대 패션 브랜드들이 부활하고 있다. 새 브랜드를 띄우기보다 한물간 브랜드를 되살리기가 훨씬 어렵다는 패션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30~40대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브랜드’로, 10~20대에겐 요즘 아이돌 스타가 입고 나오는 ‘참신한 브랜드’로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책가방, 운동화, 양말 등으로 유명했던 ‘엘레쎄’에서는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이 입고 나온 ‘헤리티지 맨투맨’과 ‘LS550 운동화’가 출시 2주 만에 매진됐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엘레쎄는 1990년대 ‘푸마’ ‘휠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국내에서 잠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최근 이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사들인 패션업체 젯아이씨는 화려한 스포츠웨어로 다듬어 엘레쎄를 부활시켰다. 지난달 대구 성서점을 시작으로 이달 안에 전국에 30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젯아이씨 측은 “과거에 비해 한층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20~30대 여성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1990년대 말 신인 시절의 전지현과 이나영이 모델로 거쳐 갔던 토종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는 최근 걸그룹 EXID 멤버 하니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2만9900원짜리 저가 청바지를 출시, 제조·직매형 의류(SPA)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비슷한 시기 인기를 끌었던 청바지 브랜드 ‘FRJ’는 지난해 한세실업에 인수된 뒤 브랜드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이스트팩
이스트팩
중·고교생 사이에서 ‘국민 책가방’으로 통했던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역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스트팩은 수납공간을 세분화한 신상품 ‘프로바이더’로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잔스포츠도 정보기술(IT) 기기의 보관 기능을 강화한 ‘디지털 라인’을 출시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