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88년, 인간의 지능이 인공지능(AI)에게 패배하는 첫 사건이 일어났다.IBM사가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딥 소트(Deep Thought)`가 체스의 고수 벤트 라슨을 물리친 것이다.이 사건이 있고 9년 후인 1997년, 이번엔 딥 블루(Deep Blue)라는 이름의 컴퓨터가 세계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와의 재대결에서 승리했다.인간의 직관과 지능에 끈질기게 도전해 온 인공지능의 승리가 확정된 이 때부터 체스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고 만다.10의 170승에 달하는 체스 보다 훨씬 더 정교한 복잡성의 게임인 바둑의 앞에는 어떤 길이 펼쳐져 있을까.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는 9일 서울에서 벌어진 이세돌 9단과의 경기에서 불계승을 거두면서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가장 복잡한 두뇌 스포츠로 불리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것이다.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지난 이십년 간 인간의 두뇌도 어느 정도 진화했겠지만 인공지능의 진화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우선 인공지능을 탑재할 전용 몸체가 필요없어 졌다.딥블루가 높이 2m, 무게 1.4톤인 거대 로봇이었던 것과 달리 알파고는 형체 없이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다.또한 초당 10만 개의 수를 고려하는 능력을 갖췄는데 이는 인간능력의 1000배 이상이다.또 `가치망`과 `정책망`이라고 하는 두가지 신경망을 활용해 승산이 가장 높은 수를 찾아내며 과거 사례를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한다.여기에 더해 긴장하지 않는다는 감정상의 우위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알파고의 다음 도전 종목은 세계적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다.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우는 9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딥마인드팀이 게임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AI 훈련을 강화하는 중"이라며 "스타크래프트에 접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타크래프트는 전체 판을 다 볼 수 없고 이용자 시각 밖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한꺼번에 이해하면서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보드게임과는 다르다"며 "AI도 (바둑과는)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알파고가 이세돌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바둑산업의 운명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이 질 경우 바둑이 쇠락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경우 프로 바둑기사는 밥벌이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이날 경기에 나선 이세돌 9단 역시 “바둑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이라는 신비감이다. 그게 무너진다면 바둑계는 큰 타격을 입는다. 체스도 컴퓨터에 패한 뒤 인기가 몰락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인간의 능력이 인공지능에게 패배한다고 해당 분야에 대한 인간의 흥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지난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슈퍼컴퓨터 왓슨은 역대 최강의 우승자 켄 제닝스를 눌렀다.하지만 그렇다고 TV의 퀴즈쇼가 사라지지 않았다.바둑이라는 두뇌 스포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주는 과정의 즐거움을 승과 패라는 두 가지 결과로만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이세돌 9단 ‘승부수’, 알파고 “기계적 대결”....알파고 냉정했다ㆍ`라디오스타` 우현, `대학시절 외모 때문에 생겼던 웃픈 사연 대 방출`ㆍ`정글의법칙` 통가편 심상치 않은 인기...역대급 라인업 덕?ㆍ‘해투3’ 박하나, 엄현경 MC석 노린 특급활약! ‘큐트’ 매력 폭발!ㆍ여자축구 대표팀, 베트남에 4-0 완승… `유종의 미` 거뒀다ⓒ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