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물질 발굴과 제품 상용화…2중 연구체계가 녹십자의 강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는 연구개발(R&D) 역량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두홍 녹십자 종합연구소장(사진)은 “모든 역량을 미국 시장 진출에 쏟아부을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녹십자가 2년간 미국에서 임상시험한 면역글로불린인 아이비글로불린(IVIG)은 하반기께 FDA 최종 허가를 앞두고 있다. 허가를 받으면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첫 혈액제제 의약품이 된다.

면역글로불린은 면역질환 치료제로 혈장에서 추출한 혈액분획제제이기 때문에 혈액원을 보유한 제약사만 생산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10개사에 불과하다. 박 소장은 “면역글로불린 5% 함유 제품이 허가를 앞둔 것과 별도로 10%제품의 북미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려 잡은 것도 글로벌 임상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아이비글로불린 허가가 나오면 첫해인 내년 매출은 300억원, 2020년에는 2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녹십자는 올해 북미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인 헌터라제가 미국 진출을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올해 R&D 예산을 1300억원으로 늘린 이유다.

녹십자는 2019년까지 혈액제제 생산능력 ‘글로벌 빅5’가 목표다. 박 소장은 “캐나다 퀘벡 공장이 연말에 완공되고 충북 오창공장 증설까지 마무리되면 현재 연 100만L 생산능력이 250만L로 늘어나 세계 5위권에 올라선다”고 설명했다.

녹십자가 주목하는 롤모델은 호주 CSL이다. 2000년대까지 매출 3000억원 규모였던 CSL은 단기간에 혈액제제 분야 최강자로 떠올라 연매출 6조~7조원대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박 소장은 “CSL은 전략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혈액제제 시장을 주도한 뒤 노바티스 독감백신사업을 인수해 세계적인 제약사가 됐다”며 “CSL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녹십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기초연구와 실용연구가 분리된 연구체계를 녹십자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신물질 발굴과 이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의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며 “녹십자 공익재단인 목암연구소는 후보물질 발굴 등의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녹십자연구소는 그 후보물질 상용화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도 목암연구소장 출신이다. 두 연구기관을 합친 녹십자의 전체 연구인력은 약 480명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