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들이 공공공사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한경 3월8일자 A1, 9면). 올해 1, 2월 정부와 공기업이 기술제안 방식 등으로 발주한 도로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사업 19개 중 10개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공공공사 실적은 기업 평판이나 신인도 등에 중요한 판단자료인데도 어쩌다 건설회사가 국가와의 계약을 기피하는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건설회사들은 정부가 이전에 수행한 비슷한 사업을 기준으로 공사 단가를 결정하는 식으로 제도를 바꾼 뒤 낮은 금액으로 낙찰된 사례가 반복·누적되면서 공사단가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 제재에 나서자 기업들이 굳이 공공공사에 나설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문제는 비단 불합리한 단가만이 아니다. 법에는 실비 정산하도록 돼 있지만 공기 연장 등으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해선 기준조차 없어 건설회사가 발만 구르는 실정이다. 장기에 걸쳐 계속되는 공사를 1년 단위로 쪼개 계약이 이뤄지는 현실도 변함이 없다.

최근 감사원이 대기업 참여가 금지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공공입찰과 관련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집중감사에 나선 것도 그렇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지명입찰을 통한 나눠먹기, 확인서 남발, ‘알박기’식 규격 요구를 통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등 각종 불공정 입찰을 했다는 혐의다. 이는 국가계약사업의 또 다른 파행 사례다. 필요한 경우 참가자 자격을 제한하거나 참가자를 지명해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온갖 변칙을 낳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이 국가 또는 지방계약법에 우선해 적용되는 특별법적 성격을 갖다 보니 이런 사달이 벌어진다. 국가 계약에 정치가 끼어든 결과라고 하겠지만 정치는 언제나 시장왜곡과 부정부패를 낳는다.

국가계약법의 각종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조달은 당연히 해당 분야 최고 기업에 대한 국가 인증이어야 한다. 국가계약이 온갖 정치적 개입으로 파행 운영돼서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