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의 '세바퀴 경영'…"사업 넓혀야 안정성장"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사진)은 작년 말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 인수를 지시했다. 계열사 중 고속도로 하이패스 운영을 맡고 있는 하이플러스카드와 사업을 합치면 훨씬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이플러스카드의 전자카드 선수금을 금융회사인 솔로몬신용정보가 운용하면 수익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우 회장은 “100억원도 안 들여 수천억원짜리 사업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플러스카드는 95억원에 솔로몬신용정보를 인수했다.

◆“기업들 모아야 시너지 커”

우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웠다. 티케이케미칼 대한해운 경남모직 남선알미늄 등 주력 계열사 대부분을 M&A로 사들였다. 우 회장이 ‘M&A 귀재’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M&A란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으로 시작한 사업가답게 우 회장은 인수 대상인 기업을 집 짓는 재료와 같다고 본다. 창문, 타일, 벽돌, 시멘트 등 건설 재료를 하나씩 사서 큰 집을 완성할 때 쓰듯, 기업도 필요한 재료처럼 구입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인수한 화장품 제조업체 동양생명과학도 완성된 집이 아니라 ‘재료’일 뿐이다. 그는 동양생명과학을 활용해 강원 강릉에 관광휴양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화장품 사업과 호텔, 온천을 묶어 연관 업종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양생명과학을 통해 제약사 인수도 추진했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자체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는 “동양생명과학이 시행사로 참여해 광주에서 아파트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500억원 이상 남겼다”며 “이 돈으로 관광휴양시설을 짓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건설업을 기반으로 중견그룹을 일군 우 회장은 각 계열사를 통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각 사업은 합쳐 놓았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이지 개별적으로 하면 별것 아닌 게 많다”고 강조했다.

◆‘세발자전거’ 경영론

우오현의 '세바퀴 경영'…"사업 넓혀야 안정성장"
우 회장이 M&A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른바 ‘세발자전거 경영’이다.

그는 “지금 잘된다고 10년 뒤에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한우물만 파다 너무 깊이 들어가 빠져 나오지 못한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개 바퀴로 가는 것보다 세 바퀴로 가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인수한 대한해운은 우 회장의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해운업이 최악의 상황이지만 우 회장은 대한해운 인수를 밀어붙였다. 10~15년 장기 계약을 맺은 기업들과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면 해운업 시황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외형은 다소 쪼그라들더라도 용선(배를 빌리는 것)을 최대한 적게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였다.

최근 추진 중인 SPP조선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업이 수년째 ‘위기 상황’이지만 몇 년만 지나면 업황이 확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해운사들의 배 발주가 뚝 끊겼다”며 “경기가 조금만 돌아서도 배 발주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앞으로는 도크가 오히려 부족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M&A를 하느라 빚이 많아진 티케이케미칼 등 일부 계열사는 1~2년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