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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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혹자는 “추억이 밥 먹여주냐”며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추억에 웃음 짓기도 하고, 추억에 눈물 흘리기도 한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콘서트에 모인 사람들도 그랬다. 배우, 가수, 관객 할 것 없이 모두들 추억 속에서 행복했다.

지난 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드라마 콘서트가 개최됐다. 드라마 속에서 비 오는 장면이 유난히도 많이 나왔는데, 이날도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궂은 날씨 속에서도 3500여 석의 객석은 꽉 들어찼다.

콘서트의 시작은 특별했다. 드라마 ‘응팔’의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이 화면에 비춰지며 마치 20회로 종영했던 드라마의 21회가 다시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화면이 끝남과 동시에 극중 노을 역을 맡았던 최성원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MC를 맡아 콘서트를 이끌었으며 중간 중간에는 노래 실력도 뽐냈다. 이어 ‘응팔’의 주역, 쌍문동 5인방(류준열, 혜리, 류혜영, 고경표, 이동휘)이 한 명씩 무대로 나와 인사를 건냈다.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쌍문동 5인방은 꽉 들어찬 객석을 바라보며 비바람을 뚫고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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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을 추억하며

‘응팔’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드라마에 가장 큰 애정을 느끼는건 배우들이 아닐까. 3개월 가까이 드라마 속 인물로 살아가며 ‘응팔’의 일부분이 된 배우들, 그 배우들이 자신이 추억하는 ‘응팔’을 관객들과 공유했다.

이 날 출연진은 25분 씩 나눠 두 번의 토크를 진행했다. 먼저 쌍문동 5인방은 근황을 전하며 드라마가 끝난 후 어떻게 지냈는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각자 뽑은 ‘응팔’의 명장면을 다시 보고 비하인트 스토리와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은 이유를 밝혔다. 덕선 역을 맡았던 혜리는 드라마 초반에 덕선이가 가족들에게 둘째의 설움을 토로하며 오열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혜리는 “그 장면을 찍기 3일 전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준열 오빠에게 전화해 도움을 구했었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명장면 퍼레이드에 이어 ‘흥답하라 1988’이라는 코너를 통해 ‘응팔’ 속 흥 넘치는 장면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도 가졌다. 드라마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의 수학여행 장기자랑 장면은 관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으며, 노래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들은 직접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부르며 세 배우의 재연을 이끌어냈다.

이날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응팔’ 배우들도 VCR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김성균, 김선영, 최무성, 류재명 등은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며 ‘응팔’을 사랑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극중 최택 역할을 맡았던 박보검은 잠시 드라마 속 택으로 돌아가 쌍문동 친구들에게 각각 메시지를 보냈다. 박보검은 극 중 자신의 아내가 된 혜리에게 “예쁜 덕선아,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들어가. 늦게 들어가게 되면 연락해”라며 애정 어린 당부의 말을 전해 모두의 환호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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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추억하며

‘응팔’ 콘서트에는 10대 친구, 20대 연인, 30대 부부, 자녀와 함께 온 40-50대 부부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참석했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88년을 겪었던 관객들은 아마도 이번 콘서트에서 자신들의 화려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다양한 관객층, 80년대 향수.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응팔’의 OST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추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날 MC를 맡았던 최성원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멋지게 소화했으며, 와블, 박보람, 노을, 변진섭 등 ‘응팔’의 OST를 불렀던 가수들이 등장해 무대를 꾸몄다. 8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변진섭은 “‘응팔’에 내 노래가 많이 나왔다”며 “언제는 드라마를 보다가 내 노래인 걸 잠시 잊고 ‘이 노래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내 노래였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가수들과 배우들이 다같이 뜻깊은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변진섭과 박보람은 최성원, 류준열, 혜리, 류혜영, 고경표, 이동휘와 함께 ‘걱정말아요 그대’를 열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리고 콘서트의 마지막 앙코르 무대에는 MC 최성원과 쌍문동 5인방이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부르며 등장해 ‘응팔’과의 진짜 작별을 고했다.

‘응팔’과의 작별이 아쉽지만 슬프지 않은 이유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응팔’을 잊지 않고 추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자신의 커리어 속 소중한 한 작품으로 추억할 것이며, 시청자들은 약 3개월간 함께 울고 웃었던 가족같은 드라마로 추억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은 쿨하게 ‘응팔’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은진 기자 dms3573@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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