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8GT가 한국에 왔다. GT는 그랜드투어링, 즉 장거리 운전에 적합하도록 만든 차다. 멀리 가기 위해 성능을 높이면서도 안락한 게 특징이다. 고성능과 편안함, 두 단어 자체를 동시에 쓰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GT라는 차종이 추구하는 바가 그렇다. 역동적이지만 불편하거나 피곤하지 않고 편안한 차, 308GT를 시승했다.
▲스타일 308을 기반으로 하지만 눈에 띄게 다르다. 맨 얼굴에 아이섀도를 바르고 립스틱을 칠해 훨씬 또렷한 인상을 완성했다. 화장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눈매는 LED를 더해 강렬해졌고, 공기흡입구는 크롬으로 감쌌다. 기존 안개등 자리에도 공기흡입구를 더했다. 보닛 위에 자리하던 엠블럼은 공기흡입구 위로 옮겼다. 기존 디자인을 손본 정도인데 한결 완성도가 높아졌다.
옆모양과 뒷모양은 308과 거의 비슷하다. 사이드 미러 색상을 차체와 다르게 투톤으로 분리하고, 옆창에 크롬을 더한 정도다. 후면에는 고성능임을 드러내는 배기구를 양쪽에 두 개 마련했다.
실내는 디자인보다 소재 개선을 통해 변화를 줬다. 스티어링 휠에는 GT 로고를 새기고 스포크 디자인을 바꿨다. 전체적으로 시트와 도어트림 등에 빨간 스티치를 넣어 고성능 분위기를 강조했다. 블랙 색상의 광택 소재도 곳곳에 추가했다. 보다 세련된 느낌이다. 시트는 버킷 타입으로,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했다. 코너링에서 상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준다. 여기에 마사지 기능을 겸비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
▲성능 새 차는 2.0ℓ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180마력, 최대 40.8㎏·m의 성능을 낸다. 0→100㎞/h 도달시간 8.4초, 최고시속은 220㎞다. 복합효율은 ℓ당 14.3㎞다. 경쟁차종으로 꼽는 폭스바겐 골프 GTD는 2.0ℓ 디젤과 6단 DCT를 결합했다. 최고 184마력, 최대 38.7㎏·m의 힘을 내며 복합효율은 14.7㎞/ℓ다.
308GT는 308보다 최고 60마력, 최대 10.2㎏·m나 힘이 좋다. 308을 시승하면서도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 보다 훨씬 강해진 GT는 '고성능'이란 배지를 달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행 초반엔 토크가 강력하진 않지만 충분히 성능을 뽐낸다. 그러면서도 엔진이 생각보다 얌전하다. 디젤 엔진이 주는 피로도도 낮 편이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선 배기음이 커지고 서스펜션 등의 세팅이 변한다. 차체 움직임은 날렵하다. 조향반응이 민첩하고 그 만큼 차체도 가볍게 따라온다.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다. 며칠간 308GT를 시승하며 익숙해지다 보니 일반 세단을 타면 더디고 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승차감은 딱딱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하체가 무르지 않고 단단한 편이지만 가죽과 스웨이드를 적절히 조합한 시트가 몸을 착 감싼다.
고속과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은 익히 알려진 푸조의 강점이다. 가속력이 순간적으로 커지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있게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건 작은 차체임에도 고속에서 흔들림이 없어서다. 코너링에선 더욱 믿음직스럽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대로 정확히 타고 돈다. 흠잡을 데 없다.
▲총평 새 차는 고급차시장을 겨냥했다. 스타일과 성능을 보강해 308과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갖췄다. 보다 강렬하고 개성있다. 푸조의 감성을 원하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하고 싶은 운전자에게 적격일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마음껏 내달리면서도 피로감이 적은 게 마음에 든다. 고성능차라면 무조건 승차감이 단단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4,145만 원이다. GT 디자인만 채택한 GT라인은 3,699만 원이다.
시승/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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