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신학기의 계절이다. 캠퍼스 곳곳이 새로 입학한 신입생으로 활기가 넘쳐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청년실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대학은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보다 밝은 미래를 맞이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최근 서울지역 대학가 상권 성장률에 관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그런데 이화여대 앞 상권 성장률이 최근에 가장 낮았다. 이화여대 총장으로서 평소 주변 지역사회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그 기사가 시사하는 게 컸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화여대 주변의 골목들이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이자 문화 중심지였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이화여대는 창업진흥원의 지원으로 기업가센터를 설립했다. 보다 많은 학생이 기업가 정신을 학습하고, 창업을 경험토록 하기 위함이다. 대학은 창업 교육뿐만 아니라 기업,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창업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과 지역사회 개선의 연계가 왜 중요한지는 이미 해외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낙후한 도심을 개선하고자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스타트업과 소규모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놀라운 성공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착안에 진행한 게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다. 이화여대 정문 주변(이화여대길 52) 골목골목에 장기간 비어 있는 점포를 이화여대가 직접 빌려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또 학교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마케팅과 홍보, 디자인과 시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아울러 서대문구청과 협력해 블록별 콘셉트를 부여해 새로운 지역사회 이미지를 생성하고, 공간 정보기술(IT)을 접목해 52번가가 하나의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구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은 학생들에겐 실전 창업의 기회를 주고, 지역사회에는 유동인구 확보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다. 여대의 특성을 살려 여대생의 감성으로 이화여대 주변을 새로운 문화 거리로 리모델링하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기대한다.

최경희 < 이화여대 총장 president@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