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짓 해명 앞세운 이마트
요즘 유통가에선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대세다. 유통회사가 직접 발주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높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PB 상품은 ‘유통의 미래’로 꼽힌다.

한국경제신문이 2월 한 달 대형마트 편의점 제조회사 등을 직접 조사해 본 PB시장의 실태는 좀 달랐다. 같은 제조사가 동일한 성분과 제조법으로 만든 제조자브랜드(NB) 상품에 포장지만 바꾼 ‘판박이 PB’가 많았다. NB보다 가격을 높게 매긴 ‘바가지 PB’도 적지 않았다.

이런 내용이 ‘PB 상품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본지 지난 4일자에 실렸다. 반향은 컸다. 주요 기사로 배치된 포털에는 댓글이 줄줄 달렸다. 잘못된 사례로 언급된 롯데마트 GS리테일 등은 “이유야 어쨌든 더 좋은 PB를 선보이는 계기로 삼겠다”며 몸을 낮췄다.

국내 1위 유통사 이마트의 대처는 좀 달랐다. 기사가 나간 직후 “우리는 ‘프리미엄 PB’라 비쌀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고급 포장지를 쓰고, 브랜드 마케팅에 더 돈을 들여 NB보다 가격이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해 PB 사업을 시작했다”는 평소 주장과 다르다. 중소 제조사가 편의점 등에 납품한 물건과 동일한 상품에 ‘프리미엄 PB’라는 이름을 붙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

몇 시간 뒤 나온 2차 해명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예시한 간편식, 건조 과일, 탄산수 등의 이마트 PB가격은 NB보다 싸며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반박 자료를 냈다. “가격을 잘못 파악했거나 일시적인 NB 행사가격을 정상가처럼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혹시나 해서 홈플러스 매장을 방문해 다시 확인해 보니 모두 이마트 PB가 비쌌다. 할인가격이 아닌 정상가끼리 비교한 결과다. 이마트는 “매장에서 해명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며, 다른 마트의 가격은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신사업을 하거나 신제품을 낼 때 ‘세상에 없는 새로운 유통’을 선보이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 가운데 핵심으로 꼽은 사업이 PB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이마트만의 PB’라고 내세웠던 것들이 이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