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슬그머니 사라진 '착한 가게'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착한가격업소 대상 시상식. 전국 20개 우수 착한가격업소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행사였다. 2011년부터 시행된 착한가격업소 제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지방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업소를 선정해 각종 홍보 및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전 서구청에서 열린 1회 행사가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로 성황리에 열렸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는 사전에 언론에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행사가 끝난 뒤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가 아닌 참고자료 형식으로 자료를 배포했다. 대개 정부 부처에서 추진하는 정책 및 주요 일정 등은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사전에 출입기자단에게 알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변인실이 사전에 배포하는 주간보도계획에서도 이번 행사 관련 내용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가 뭘까. 행자부 관계자는 “담당부서의 실수로 자료 및 일정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부처에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착한가격업소 정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행자부 안팎의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물가를 잡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착한가격업소 정책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점차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매년 식재료값이 들썩이면서 착한가격업소 명패를 스스로 떼는 업소가 수백 곳에 이른다. 2012년 말 7334개였던 착한가격업소는 올초 6178개로 줄었다.

주무부처인 행자부도 올해 착한가격업소와 관련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뗀 모양새다. 담당부서인 지역경제과 업무분장을 보더라도 착한가격업소를 맡은 공무원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정책은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가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정책을 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패한 정책일수록 더 엄정히 평가해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과거 본지가 착한가격업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큰소리쳤던 행자부 간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