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앞두고 어제 국세청이 과세소득의 주요 기준인 ‘업종별 경비율’을 새로 고시했다. 소득자(사업자)의 연간 수입 가운데 필요한 사업 경비로 인정해주는 소위 ‘기준경비율’을 내림에 따라 상당수 업종에 걸쳐 소득세가 사실상 인상되게 됐다. 고시안을 보면 올해는 프로운동선수 연예인 등 205개 업종은 소득세를 더 내고, 화훼작물 재배업자 등 73개 업종은 덜 내게 됐다.

이번 경비율 조정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세수증감을 가져올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체 208조원(2015년)에 달하는 세수 중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문제는 세금을 이런 식으로 쉽게 올릴 수 있나 하는 점이다. 경기변화나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세금을 적게 내는 업종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증세기조가 됐다. 어떻든 더 내게 된 업종은 곤혹스럽게 됐다. 납세자 편의라지만 경비율로 세금을 올리고 내리면서 소득세 납부자들이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매년 내야 할 세금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곤란하다.

법령 제정권도 없는 청(廳) 단위 징세기관에서 ‘기준경비율심의회의’라는 형식만으로 세금을 올리고 내리는 것이 헌법의 조세원칙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우리 조세 체제는 명백히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해 있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59조는 숱한 개헌에도 불구하고 제헌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조항이다. 조세 부과와 징수를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한 것은 과세당국의 과도한 재량을 없애고, 불명확한 규정을 배제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어제 납세자의 날(3월3일)을 맞아 성실납세의 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세대상, 과세표준, 납세의무자 등 조세 부과와 징수에 관한 모든 사항이 법률로 엄격히 정해져야 한다. 장부를 못 갖춘 사업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조세정책을 재량으로 처리하다 보니 국회도 세금 올리자는 얘기를 너무나 쉽게 꺼낸다. 전근대 절대왕조를 무너뜨린 게 과도하고 부당한 세금부과였다. 세금은 그만큼 폭발력이 강한 의제다. 정부도, 국회도 세금 부과와 징수를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