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고압송전탑 갈등, 직류송전방식으로 풀어라
전기는 일상생활에서 공기, 물과 같이 소중한 것이며 한순간이라도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전력설비와 더불어 살아야 하지만 전기를 실어나르는 변전소와 송전탑 건설에 대한 사회적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처럼 대단위 발전소가 해안에 건설되고 수도권으로 대용량 전력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송전선로의 건설은 불가피하다. 전압의 크기에 따라 15만4000볼트, 34만5000볼트, 76만5000볼트 3종류의 송전선로가 있고 전압이 높을수록 수송할 수 있는 전력량이 증가하고 송전탑도 높아져 건설반대 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지역주민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된 요인은 교류전기의 건강영향 및 재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경관저해 등이 있다. 건강영향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전자계에 의한 건강영향에 대해 여러차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또 76만5000볼트 송전탑 높이가 거대하게 느껴져서 위압감을 주고 경관영향으로 인해 주변지역 재산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들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재산상의 손실까지 입는다는 생각에 전력설비 건설을 반대하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전력설비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전기사용량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사용의 편리함과 안전성,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인해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전력설비 건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력설비 건설 중에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직류 고압송전(HVDC)이 대안이 될 것이다. 직류 고압송전은 발전소에서 교류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전자 기술을 활용해 직류로 변환, 송전한 뒤 다시 교류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1954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적용돼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브라질·인도 등도 장거리 대용량 송전선로에 직류송전방식을 적용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직류송전 시스템은 140여개에 달하고 약 7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또는 계획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발전단 지역과 전력 소비지역을 연결하는 80만볼트, 2100㎞ 규모의 직류송전선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주~해남, 제주~진도에 해저방식의 직류송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직류 고압송전의 장점은 첫째, 송전탑 크기가 작고 모양이 단순해 경관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다. 직류 송전탑 높이는 교류 송전탑의 약 7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으며, 같은 양의 전기를 수송하기 위한 전선다발도 교류는 6개이지만 직류는 4개로 줄일 수 있어 미관을 개선할 수 있다. 둘째,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류 송전은 시간 변동에 따른 전압과 전류의 크기와 방향이 일정해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영향에 대한 논란을 없앨 수 있다. 셋째, 입지조건이 허락하면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데 거리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교류송전 방식과 비교할 때 고가의 변환설비와 전체 건설비용이 커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송전탑 건설 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건설지연에 따른 추가비용을 생각하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직류 고압송전설비 도입으로 전자파에 대한 건강영향 우려와 경관장해는 해결할 수 있으므로 전력설비 건설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력회사는 객관성 있는 업무처리로 전력설비 설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석원 < 순천향대 교수·전기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