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국 12개 주에서 동시에 열린 대선후보 경선 투표에서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했다. 15일 6개주 경선이 예정돼 있지만 이 후보들이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들 후보가 내놓는 행동과 정책들은 자유 세계가 존중하는 미국의 가치와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자극적인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선동하는 포퓰리즘의 혼탁한 모습만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후보의 막말과 독설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중남미 불법이민자를 강제 송환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저지하겠다는 그의 정책은 미국의 가치관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다. 일부 저소득계층에 소득세를 없애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반대하는 등 극단적 포퓰리즘 정책 역시 공화당 노선과 배치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이념과 달리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계획도 노골적으로 밝힌다. 기성정치에 복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공화당원들은 새로운 정당을 꾸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할 정도다.

클린턴도 다를 바가 없다. 그는 연수입 10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소득세를 30% 이상 인상하고 이 돈을 교육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대형은행을 규제하자고 주장하고 자신이 참가한 정부가 체결한 TPP에도 반대하고 있다. 양보와 타협, 견제와 균형을 자랑하는 미국식 민주주의는 온데간데없고 미국인들의 밑바닥 분노를 대리하는 선동가들만 판치고 있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정치 파고에 따라 세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트럼프는 한국의 ‘공짜 안보’를 공격하고 있다. 무역을 통해 미국을 죽이는 국가군에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포함됐다. 클린턴 역시 한국과의 무역 마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초래할 정치리스크에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