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전장 분야, 특히 반도체 개발을 맡은 인력에 대해 “삼성전자 사람과 만나지 말라”는 ‘접촉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맡은 인력 가운데는 삼성 출신이 많다”며 “현대차는 삼성전자가 과거 지인을 통해 관련 인력을 뽑아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전장사업을 추진할 조직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달 20여명 규모로 팀을 출범시켰다. 삼성자동차 출신의 박종환 부사장이 이끄는 전장사업팀은 인력을 보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작하려는 카메라센서 등 각종 전장 모듈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간의 인력 쟁탈전은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1994년 삼성이 삼성자동차를 설립할 때 100여명 안팎의 현대차 인력이 이동했으며, 2012년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현대오트론을 세울 때도 스카우트전이 벌어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현대차 쪽에 견제성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현대오트론 최고경영자(CEO)인 김재범 사장과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인 황승호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각각 2014년 스카우트됐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오트론을 통해 전장사업을 확대해왔다.

김현석/강현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