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 제한 규정을 피하지 못해 기업 구조조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늘 자유경제원이 여는 ‘기업 구조조정 제대로 하려면’이라는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전삼현 숭실대 교수가 사전 배포한 발표자료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이 75%를 넘는 기업결합을 경쟁제한적이라고 판단해 무효화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지만, 원샷법에는 이에 대한 특례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선제 구조조정을 지원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원샷법에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게 전 교수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제4조는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 법 제7조 1항은 이를 근거로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2006년 영창악기와 삼익악기 합병을 무효화한 전례도 있다. 이런 시장점유율 기준을 두고 그동안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는 국내용 잣대일 뿐이다. 국내에서 시장지배적인 업체라도 글로벌 시장에선 열 손가락 안에 들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욱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도 생존하기 위해 합병하고 인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시장점유율이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일 뿐이고 더구나 유동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샷법이 아니라 ‘반(半)샷법’이란 말이 나오는 정도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재벌특혜법이란 뜬금없는 소리에 필요한 내용은 다 빠지고 말았다. 또 사업재편 요인을 ‘공급과잉’에 한정하고, 국회에서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을 추천하며, 시효까지 3년짜리 한시법이 되고 말았다. 대기업의 선제 구조조정이 핵심인데, 쓰러지기 직전인 기업만 구조조정하라는 꼴이 돼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공정거래법의 시장점유율 기준에 묶여 합병도 못 할 판이다.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소비자후생이 기준이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