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오류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약 두 달이 지난 3일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미국과 대북제재 결의 초안에 합의한 뒤 “비핵화를 명분으로 일상적인 교역, 특히 북한 주민의 생계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철 및 석탄 수출과 관련해 핵과 미사일 개발자금 확보 차원이 아닌 경우 대외거래를 가능하게 하면서 일반적인 교역은 문제 삼지 않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 결과 이번 결의안이 기존의 것들보다 강화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준에는 못 미치게 됐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열악한 경제사정에도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 것이다. 국제사회를 비웃듯이 머지않아 5차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를 달성할 만큼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끌어내는 데 충분히 협조하지 않은 중국의 책임이 크다. 이것이 중국의 첫 번째 전략적 오류다.

왕이 외교장관은 제재가 목적이 아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하게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간 평화협정의 병행추진 노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작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평화협정체결 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뒤섞어 놓으면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실천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 진리다”고 주장하는데도 말이다.

20년 넘도록 핵문제 하나를 결론 내지 못한 북한과 평화협정 문제까지 이야기하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의견 차이가 큰 관련국 간 대화가 늪에 빠지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과 탄도미사일 기술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대북제재에 빈틈이 생길 가능성도 많다. 이런 점을 노리고 북한이 대화 제스처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한 뒤 몰락한 사례를 들면서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도 핵무기의 비확산과 감축에는 응하겠지만,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협정의 조건으로 내세운 주한미군 철수와 UN군사령부 해체가 달성되면 호기가 왔다고 생각하고 ‘조국통일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조부 김일성이 1950년 6·25전쟁으로 적화통일을 시도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냉전이 열전(熱戰)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결정적 수단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에 동조한다. 미·중 관계의 관점에서 북핵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의 두 번째 전략적 오류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해서 자리 잡은 기존 국제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새 판을 짜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동북아시아에서 새 판을 구상한다. 핵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고 한국을 무릎 꿇리는 가운데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적 보상 및 평화협정 체결을 이뤄내고 기회를 봐서 적화통일을 하는 것이 북한의 ‘새 판 짜기’ 구상이며 현상타파 전략이다.

이 때문에 북핵을 방치하면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및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중국은 현상유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말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지만, 북핵보다 북한의 붕괴를 더 우려하면서 당장 혼란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 하는 중국의 행동이 이를 보여준다. 이것이 중국의 세 번째 전략적 오류다.

중국의 북핵 전략은 전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도와주는 것처럼 하면서 일을 복잡하고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정상돈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jungdoi@kida.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