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시대 읽는 예측력은 어디에서 오나…증거 모으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라
1800년대 중반 하급무사 이와사키 야타로는 에도 막부로부터 메이지 유신의 핵심 인물 사카모토 료마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그는 사카모토를 죽이러 도쿄로 갔다가 거대한 서양 함대와 막부 반대파의 움직임을 보고 시대가 변했음을 직감했다. 그는 지령을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갔고, 후에 미쓰비시그룹을 창업했다.

이와사키의 스토리는 미래 예측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만약 그가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암살 지시에 매달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국 다른 사무라이의 칼에 목을 내줬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사키의 시대를 읽는 예측 능력은 어디서 왔을까. 필립 테틀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저서 《초예측력(Superforecasting): 예측의 기술과 과학》에서 “일반 사람의 예측 능력은 우연히 맞힐 확률보다 약간 나은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사키의 예와 같이 기막힌 예측력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테틀록 교수와 공동저자인 언론인 댄 가드너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반인 수만명이 참가한 예측 시합, ‘좋은 판단 프로젝트(good judgement project)’를 열었다. 영화감독과 퇴직 배관공, 스포츠댄서 등 각종 직종의 사람들이 시합에 참가했다. 그 결과 참석자 중 몇몇은 기막힌 예측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예측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저자들은 예측력을 갖는 데는 슈퍼컴퓨터나 불가사의한 방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취재원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확률적으로 생각하고, 예측의 결과(점수)를 꼼꼼히 관리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과정을 과감히 바꾸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저자들은 뛰어난 예측력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학습법도 제안했다. 그들은 학습이 일상생활뿐 아니라 경영활동, 투자결정, 정책입안, 외교활동 등에서 각 경제주체의 성공을 담보하는 가장 쓸모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