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시장에서 존재감이 부족했던 푸조의 도약이 한창이다. `2, 30대 여성들의 패션 카`라는 인식이 강하던 푸조가 회심의 일격을 날린 모델 2008의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에 한껏 고무된 푸조가 핫 해치 시장의 절대 강자, 폭스바겐 골프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푸조는 지난 22일, 자사의 대표 해치백 모델 308과 대표 기함 508 모델의 고성능 버전인 GT를 각각 출시했다. 그리고 기존 308 2.0 모델에 GT의 스포티한 감성을 얹은 GT 라인도 함께 선보였다. 출시 이튿날, 308과 308GT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308 GT 라인을 시승했다.GT와 GT-Line은 폭스바겐의 시로코 R, R-Line 모델처럼 엔진과 유종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붙인 게 아니다. 둘 다 디젤을 사용하는 싱글 터보 BLUE HDi 2.0 엔진이다. 다만 GT는 출력과 토크가 개선된 엔진을 얹었다. GT 라인의 엔진은 기존에 308 모델에 얹던 엔진 그대로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308 GT 라인업에 가솔린 모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국내 출시 목록에서는 빠졌다. 따라서 GT 라인이라는 이름은 "사알짝 GT 라인을 탔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308 GT 라인의 첫인상은 `꽤 달리게 생겼네`였다. 낮은 전고와 가운데 하부에 낮게 깔린 인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외에도 강렬한 유광 블랙의 컬러가 그 인상을 더욱 강하게 했다. 날렵해 보이는 걸로는 7세대 골프 못지않았다.푸조를 상징하는 작고 앙증맞은 D컷 스티어링 휠은 GT 라인에서도 여전했다. 센터페시아는 기존 308 모델과 똑같다. 볼륨 조절 다이얼과 비상등, CD롬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능이 터치 패널 LCD에 녹아들었다. 공조 장치, 미디어, 내비게이션 등등 자주 만지게 되는 기능을 터치 버튼으로 조작해야 한다.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들보다 월등한 시인성과 조작성을 보이는 아틀란 내비게이션에서 점수를 따지 못했다면 내내 입술을 빼쭉 내밀고 있었을 거다. 시트는 물론 대시 보드의 검정색 바탕에 들어간 빨간색 스티치 포인트가 마음에 든다. 살짝 라인을 탔을 뿐인데 GT의 감성이 물씬 풍긴다. 돈을 아낀 기분이다.차체는 작고 낮지만 신기하게도 시야는 넓다. 사이드미러 역시 작지만 사각지대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차창 앞 유리나 룸미러로 보게 되는 뒷유리 모두 좌우로 널찍하게 빠진 게 마치 와이드 TV를 보는 듯하다. 이 정도면 오픈카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무지막지한 광대역의 파노라마 선루프 역시 마음에 들었던 부분. 308 GT 라인의 시야는 전후좌우 모두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다 못해 위에서 떨어질지 모를 새똥을 피할 수 있게 선루프마저 배려심 넘치는 시야를 제공한다.일단 시트를 내 몸에 맞춰보았다. 근데 왼쪽으로 뻗은 내 손가락 끝에서 만져지는 건 전동 시트 조절 버튼이 아니었다. 경차에서 자주 만날 수 있던 레버와 다이얼이 잡혔다. 3천만 원 후반의 가격에 다이얼 시트 장착이라는 게 생경했다. 레버를 열심히 당기며 시트의 각도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해 본다. 이게 다 무게 절감에 기여하는 거라며.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굉장히 가볍다"라는 생각이 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펙 상의 몸무게는 1,435kg. 가벼운 무게 때문일까? 생각보다 하체가 불안한 느낌이 전해졌다. 고속에서도 여전히 이런 승차감이라면 다소 겁이 날 것만 같았다.브레이크를 잡아봤다. 브레이크가 살짝 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은 답력이었다. 다만 브레이크 페달을 놓을 땐 기어를 중립에 놓았을 때 풀리는 듯한 이질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느낌들은 시승 2, 3일차가 되어 가면서 감을 익히니 큰 불편은 없었다. 저속에서는 다소 헐렁하게 느껴지기도 한 핸들링과 불안정한 승차감을 보여줬던 GT 라인은 중속을 넘어서는 완전히 그 모습을 달리한다. 엔진 회전수 2,000rpm에서 내뿜는 37.8kg.m의 토크는 동급 경쟁 모델인 골프보다 5kg.m 가량 더 높은 스펙을 자랑한다. 페달을 밟으면 금세 다다르는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내는 덕에 힘이 부치는 느낌 없이 시원시원하게 가속을 마친다.만족스러운 점은 스포츠 주행뿐만이 아니다. GT 라인은 중고속을 지나면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속도가 붙음에 따라 단단해지는 스티어링 휠은 고속에서의 안정적인 핸들링을 돕는다. 노면이 거칠어도 수준급으로 처리하고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달린다. 게다가 승차감에서도 저속에서 느꼈던 가벼움이 사라진다. 무게 좀 나가는 차에서 느껴지는 묵직함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안정감이 전해지는 승차감이다.스포츠 모드에서의 고속 영역은 더욱 재밌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핸들이 묵직해지면서 일반 주행 모드 대비 저단 기어에서 높은 엔진 회전수를 이용한다. 고 RPM을 사용하며 나는 소리에 묵직한 속도감까지 더해져 스포티한 감성은 극대화된다. 일반 모드로 3단 기어에 놓고 갈 영역을 스포츠 모드는 2단 기어에서 소화한다. 마찬가지로 6단을 놓고 달렸을 구간에서는 4단 기어로 달린다. 회전수 4,000rpm에서 나타나는 최고 출력인 150마력을 십분 활용한다.에코 모드로 달리면 정차 시 엔진이 꺼지는 스탑앤고 기능이 실행되는데 시동이 다시 걸리는 과정에서 신경에 거슬리는 진동을 동반한다. 이 점 말고는 디젤 모델의 필수 체크 사항인 소음 문제는 거의 느끼지 못 했다. 그만큼 방음 및 차폐 설계가 잘 됐단 뜻이리라.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 역시 아주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외부의 소음이 비집고 들어을 틈을 보이지 않는 치밀한 마무리가 돋보였다.헤드램프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중속 이후의 뛰어난 가속 성능은 페달을 점점 더 깊게 밟고 싶게 만들지만 헤드램프의 조사 거리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충분하지 못한 시야 확보는 어둑한 밤길에 페달을 시원하게 즈려밟는 행위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이 녀석으로 밤길에 스트레스 풀기가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후면 주차 시 요즘 후방 카메라들은 핸들을 꺾은 만큼 후진 진행 방향 라인이 잡히며 보다 쉬운 주차를 돕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308 GT 라인은 정후방으로 진행 시 경로만을 그래픽으로 표현해준다. 후면 주차에 서툰 이용자라면 당황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연비가 좋기로 유명한 푸조답게 시승을 마칠 즈음 평균 연비는 16km/L를 보였다. 100km/h를 넘는 고속 주행은 시승 기간 동안 주행 거리의 1/10에도 미치지 못 했다. 재수 없게 주로 교통 체증이 심한 시간에 걸리며 차를 운행한 점을 떠올린다면 시승 모델의 복합연비 14.6km/L, 도심 기준 13.4km/L를 상회하는 연비를 보인 것이다. 차를 받을 때 주유해 준 기름을 다 쓰려면 서울에서 부산 정도는 왕복해야 할 판이었다. 역시 ‘연비의 푸조’라는 타이틀은 308 GT 라인에서도 유효했다.푸조의 판매가 지금은 캐시카우 역할로 열심히 소몰이 중인 2008 모델에 치우쳐 있지만 308 라인업도 충분히 그 이상의 몫을 해내는 차세대 효자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소소한 불만 사항들은 시간을 두고 타협이 가능한 지점이다. 이제 푸조를 두고 누군가가 패션카라 부른다면 "그게 아니고"를 내뱉으며 변호(를 가장한 홍보)를 자처할지도 모르겠다.
MAXIM 김민겸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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