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교체·부실 점검 부품 수두룩…수명 10년 남아 불안감 고조
"국내 원전 부품 교체 기준조차 없어, 적극적인 교체·보수 필요"


올해 가동된 지 30년 된 한빛원전 1호기(가압경수로형·95만㎾)가 부품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안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명이 여전히 10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노후 부품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7일 오전 5시 16분께 한빛 1호기 복수기( 復水器·터빈에서 발생한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설비)에서 저(低)진공 신호가 발생하면서 발전이 정지했다.

증기가 효율적으로 복수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수기 내부가 진공상태여야 하지만 터빈과 복수기를 이어주는 고무 이음관이 파손, 진공 압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이상 신호가 발생했다.

한수원은 이음관 파손 부위를 정비하기보다는 노후화를 이유로 교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부품이 확보되는 대로 이음관을 교체하고 안전 점검을 거쳐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번에 파손된 이음관은 한빛 1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1986년 이후 30년간 한 차례도 교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한 부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15개월 주기로 이뤄지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지난해 3월부터 60일간 시행된 점검 당시에도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비를 끝내고 가동 중 불시에 이음관이 파손돼 발전정지되면서 부실 점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빛 1호기의 수명이 2025년 만료돼 여전히 10년을 더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87년 가동을 시작한 한빛 2호기의 수명도 2026년까지 남아있어 이들 노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최장 40년 운전한 국내 원전의 부품 대부분은 내구연한, 교체시기, 방법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한빛 1·2호기의 경우에도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터빈 등 주요 부품의 정비·교체에 대한 규정이 없다.

원전 당국은 대부분 부품이 최소 30년은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동안 정기 점검을 거친 국내 원전의 수많은 부품이 고장을 일으켜 교체되기 일쑤였다.

안전 등급 1등급인 한빛 3호기의 원자로 헤드는 20년 만에 교체됐고(2015년), 한빛 3·4호기의 증기발생기는 2018∼2019년 교체 예정이다.

박응섭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 소장은 "점검 때 이상을 발견조차 못하고 가동 중 문제가 발생하면 발전을 멈추고 교체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
점검 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교체하는 등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