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하니
하니
‘번개맨’의 정체에 모두가 놀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팝으로 손꼽히는 ‘쉬즈 곤(She’s Gone)’을 부른 록그룹 스틸하트의 밀젠코 마티예비치(이하 밀젠코)가 가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대박’의 순간이었다. 게다가 밀젠코는 ‘쉬즈 곤’을 즉석에서 열창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고, ‘복면가왕’에서는 이례직인 ‘떼창’의 명장면도 탄생시켰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의 주인공은 단연 밀젠코이다. ‘화제성’으로만 보자면, ‘역대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친 것이 있다. 해외 가수의 최초 등장 이면에 그를 제치고 승리의 기쁨을 맛본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하니가 있었다.

하니는 이날 ‘성냥팔이 소녀’라는 닉네임으로, 박진영의 ‘허니’를 선곡해 조항조를 꺾고 2라운드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어 3라운드에서는 리쌍의 ‘사랑은’을 불러 밀젠코를 눌렀다.
하니 2
하니 2
하니는 스스로 ‘보는 음악’의 선두주자인 EXID의 멤버에서 ‘듣는 음악’의 가수로 인정받았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얻어낸 쾌거인 셈이다. 더욱이 하니는 흔히 ‘노래를 잘한다’고 평가되는 고음을 지르거나,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중저음의 보이스톤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적절한 감정을 유지하며 울림과 여운까지 안겼다.

EXID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위 아래’를 부르는 하니의 매력적인 춤 사위 덕분이었다. 무명의 그룹을 1위 가수로 만든 건 가창력이 아니었다. ‘하니’의 출중한 외모와 몸매에 관심을 가졌을 뿐, 누구도 목소리에 집중하지 못했다. 대중들은 새롭게 떠오른 걸그룹, 그리고 유독 돋보인 한 멤버를 ‘보는 것’에 심취했다.

좋은 기회를 통해 대중들의 눈에 띄었고,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알리기까지 했다. 다음은 오롯이 하니의 몫이었다. ‘보는 음악’은 한계가 있고, 쏟아지는 걸그룹들 사이에서 분명 ‘강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지만, 이를 하니는 해냈다.

하니의 목소리가 전달한 진한 감동은 ‘복면가왕’의 취지와 딱 맞아떨어졌다. 둘의 시너지가 발현된 ‘통쾌한 한 방’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보는 것을 넘어 EXID, 그리고 하니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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